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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비뇨기과 웨딩 검진, 머리 올리기 전 해야 할 검사
필자가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가장 재미있었던 표현은 “머리 올리기”라는 표현이었다. 골퍼라면 다들 알겠지만, 이 표현은 연습장에서 지루한 스윙만을 반복하던 초짜 골퍼가 처음으로 필드에 서는 것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필자를 가르치던 선생님부터 주변에 같이 연습을 하던 골퍼들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필자에게 머리 올리기 전까지 이런 저런 것을 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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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


그렇다면 과연 이 “머리 올리기”라는 표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정확한 어원은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우리네 전통 결혼식에서 여성이 족두리를 머리에 올리던 관습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라운딩을 처음 할 때의 그 설렘은 결혼 전날의 설렘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머리를 올리기 전의 골퍼는 설레기도 하지만, 마음이 급하기도 하다. 클럽의 상태를 체크하고 공의 수는 충분한지, 장갑이나 우산 등은 잘 챙겼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골프 실력 그 자체이다. 많은 골퍼들이 머리 올리기 전날까지 연습을 하면서 자세와 잘못된 습관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곤 한다.

족두리를 머리에 올리는 일, 그러니까 결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자도 결혼 전에 제대로 사전 점검을 하지 못해 결혼식 비디오를 미처 찍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예식장 확인, 결혼 사진, 주례 선생님과 사회자 등등 챙겨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골프 머리 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골프 실력 그 자체이듯이, 실제 결혼을 할 때에도 다른 무엇보다도 결혼을 하게 될 신랑, 신부의 건강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여러 가지 건강 항목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뇨기과 혹은 산부인과 적으로 소중한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는 병이 있는지의 여부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비뇨기과에서는 결혼 전, 혹은 자녀 계획을 앞두고 있는 상황의 남성을 대상으로 결혼 전 검진, 혹은 웨딩 검진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 웨딩 검진은 여러 가지 항목이 있다. 우선 소변 PCR 검사라 불리는 세균 유전자 검사를 이용해, 요도나 생식기에 잠복한 균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혈 검사를 통해 헤르페스, 매독, 에이즈와 같은 성전파성 질환의 유무도 확인하게 된다.

꼭 병과 관련된 부분뿐 아니라, 가임 능력에 대한 확인도 추가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정액 검사를 통하여 정자의 운동성이나 밀도 등을 확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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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검진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준비하자.


과거에는 웨딩 검진에 대해 편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혼 전 문란하게 행동했던 사람이 하는 검사라는 편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문제점을 숨기고 음성화하기 보다는, 당당히 검사를 받고 치료를 통해 홀가분하게 결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머리를 올리는 것만큼이나 설레는 결혼. 이 결혼을 더더욱 홀가분하고 의미 있게 치르기 위해서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제 라운딩과 결혼의 시즌인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골퍼들은 연습량을 늘리는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한편으로는 웨딩 검진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준석(비뇨기과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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