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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원에서 만난 사람]의리 지키려 일본여자오픈 포기한 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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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정에도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출전한 장하나. <사진 제공=KLPGA>


장하나(23 비씨카드)가 다음 달 한 차례 더 KLPGA투어에 출전하기로 했다. 의리(義理) 때문이다.

장하나는 29일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CC(파72/6667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를 공동선두로 마친 뒤 "한달 후 열리는 YTN-볼빅 여자오픈에 출전하기로 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도움을 주신 분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힘들더라도 한국에 다시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LPGA투어에서 신인왕 경쟁을 하는 장하나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국에 나와서 경기하려먼 이동과 시차 등으로 3주 정도 손실이 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 사이 한국에 또 오려는 이유는 보은(報恩)의 마음이 있어서다. 장하나가 의리를 지키려는 은인은 레이크우드CC의 김종안 사장이다. 안양 골프장 출신인 김 사장은 신원CC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장하나에게 골프장에서 마음 편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김 사장은 장하나와 퍼팅 내기도 하며 훈련의 고달픔을 달래줬다.

신원CC와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장하나가 아마추어 때 신원CC 회원 35명이 '꿈나무 후원회'를 결성하고 수천만원의 후원금까지 마련해 줬다. 그리고 골프장을 훈련장으로 마음껏 쓰도록 내줬다. 아무리 유망주라 해도 골프장에서 원할 때 라운드를 돌고 퍼팅 그린에서 연습을 하기는 어려운 게 국내 현실. 장하나는 신원CC 측의 배려로 기량을 쌓아 국가대표를 거쳐 2010년 KLPGA투어에 데뷔했다.

2년 뒤인 2012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프로데뷔 첫 우승을 거둔 장하나는 2013년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과 러시앤캐시 행복나눔 클래식,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프로골퍼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장하나는 신원CC 회원들이 마련해 준 후원금을 남은 돈을 돌려줬다. 이 또한 보통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장하나가 YTN-볼빅 여자오픈에 나오려는 것은 김 사장이 대회 코스인 경기도 양주의 레이크우드CC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미리 초청장을 받아놓은 일본여자오픈도 포기했다. 2주 연속 뛰기는 부담이 가 '실리' 보다는 '의리'를 선택한 것이다. 일본여자오픈은 일본여자골프 내셔널타이틀로 총상금이 1억 4000만엔(약 13억 6400만원)에 달한다. 5억원짜리 YTN-볼빅 여자오픈의 약 3배다. 일본골프협회는 장하나에게 출전할 경우 차량 및 숙식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하기로 했으나 정중하게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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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를 응원하러 대회장을 찾은 갈래초교 골프부 학생들. <사진 제공=KLPGA>


장하나는 또한 지난 2013년부터 강원도 정선의 갈래 초등학교 골프부 학생들과의 의리도 이어 오고 있다. 당시 KLPGA에서 마련한 유소년 골프 클리닉으로 갈래 초교 학생들과 인연을 맺은 장하나는 이후 골프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레슨도 해주고 용품도 지원해 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하나는 작년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갈래초교 학생들의 응원 속에 우승했다.

장하나는 그 아이들의 눈망울을 잊지 못해 올해 미국 대회를 포기하고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장하나는 해외 투어에서 뛰고 있어 디펜딩 챔피언이 이듬 해 대회에 나오지 않을 경우 우승상금을 몰수하는 규정을 피할 수 있었다. 무리하게 출전하지 않아도 됐으나 아이들과의 의리 때문에 출전을 강행한 것이다. 장하나는 올해도 2라운드를 마친 뒤 갈래초교에 5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하나가 씩씩한 플레이와 함께 의리에도 강한 사람이란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다. [정선=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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