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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담장의 편파야구, V3는 백신이 아닙니다] 김민하의 부상과 Manager 이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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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홈런을 칠 때의 김민하 (사진=롯데 자이언츠)


#2009년 5월 19일 잠실야구장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초 무사 1·2루 위기를 맞은 롯데 선발 이상화는 갑작스레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다. 그러자 제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감독은 마운드를 향했다. 하지만 앞서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찾았던 게 문제였다. 결국 로이스터 감독은 '동일 타자 타석에서 투수 코치가 올라온 후 감독이 심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차 올라왔다'는 야구규칙 8.06(마운드행 제한)에 따라 퇴장 당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물론 규칙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화는)내 팀의, 내가 책임져야 하는 선수였다. 선수를 책임지는 것은 내 의무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에게 보고할 경황이 없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5년 7월 1일 마산야구장
NC 다이노스와 롯데의 경기. 이 경기를 앞두고 롯데는 김민하를 1군에 불러들였다. 정확히 보름 만이었다. 생애 첫 개막엔트리에 포함되는 등 1군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김민하. 부진을 이유로 퓨처스 팀에 내려갔지만 금세 올라온 셈이다. 그리고 출장 기회는 곧바로 찾아왔다. 8회 1루주자 김문호를 대신해 대주자로 나선 것이다. 이후 9회, 김민하에게 곧바로 타석이 찾아왔다.

볼카운트 3B 2S 상황, 최금강의 5구 139km/h 투심이 김민하의 손목을 정확히 가격했다. 김민하는 보통 야구경기에서 듣기 힘든 비명소리와 함께 곧바로 쓰러졌다. 이때 손목에 맞은 공은 번트 타구처럼 바로 앞에 떨어졌다. 몸에 맞은 공이 멀리까지 튀어 나가면 타박상으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민하처럼 공이 선수 바로 앞에 떨어지는 경우, 선수가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다는 뜻이다. 경기해설을 맡은 MBC스포츠플러스 이종범 해설위원이 "공이 저렇게 바로 앞에 구른다는 건 최소 골절일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부상 정도가 심각한 것은 확연했다. 스윙하러 나가던 왼쪽 손목에 공을 맞았기 때문이다. 스윙하러 나가던 팔에 공을 맞을 때 충격은 공을 피하려다 맞을 때보다 몇 배는 심하다. 힘과 힘의 충돌 탓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김민하는 다시 일어나 1루로 향했다. 이닝이 종료된 뒤 9회 수비에 나서야 할 상황. 김민하는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끼면서 고개를 가로젓었다. 쉽지 않을 거라는 의미였다. 롯데 벤치는 미동도 없었다. 이성민이 첫 타자 지석훈을 상대로 3구를 던질 때까지 참아보던 김민하는 결국 오른손을 들었다. 힘들 것 같다는 의미였다. 롯데 벤치는 그제야 김민하를 뺐다.

투혼으로 포장되는 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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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운 감독(사진 왼쪽)과 김민하 (사진=롯데 자이언츠)

"컨디션 좋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지난 주말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김민하의 각오였다. 그 각오에 일시정지 버튼이 눌렸다. 불의의 부상 탓이다. 김민하는 1일 경기에서 손목에 공을 가격당하며 좌측 척골 근위골절 진단을 받았다. 2일 좋은삼성병원에 입원해 내일 핀고정 수술 예정이다. 한 달 이상 깁스를 한 뒤 2~3개월 재활을 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시즌 아웃을 의미한다.

과거 KBO 리그에서 부상을 참고 뛰는 건 언제나 투혼으로 포장되었다. 프로선수의 몸은 재산이다. 투혼이라는 이유로 선수의 재산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KBO 리그에서도 몇몇 팀을 제외하면 조금씩 그런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어왔다. 그러나 김민하의 부상을 그대로 지켜본 이종운 감독은 그 흐름에 어긋났다.

앞서 상동구장에서 만난 김민하의 이야기처럼, 그는 지금 열정으로 충만한 상태다. 간만에 찾아온 1군 경기에서 사구로 경기에서 빠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에게 뛰겠다고 주장한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골절이다. 설사 김민하가 경기에 뛰겠다며 눈물로 호소했을지언정 코칭스태프는 그를 뺐어야 했다.

투구에 손목을 맞아 꽤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 뒹굴었으며, 수비에 나갈 때 글러브조차 제대로 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수비에 나섰다. 혹사란 투수들에게 많은 투구를 지시하는 것만이 아니다. 선수 컨디션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늦추는 것 역시 혹사다.

팀 선수를 책임지는 건 Manager, 즉 프로야구단 감독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이종운 감독은 더 이상 경남고등학교 감독이 아니다.

*좌측담장: 결정적 순간. '바깥쪽' 공을 받아쳐 사직구장의 '좌측담장'을 '쭉쭉 넘어갈' 때의 짜릿함을 맛본 뒤, 야구와 롯데 자이언츠에 빠진 젊은 기자.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야구가 좋고, 그 숫자 뒤에 숨은 '사람의 이야기'가 묻어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 목표 아래 매일 저녁 6시반 야구와 함께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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