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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음경 지속 발기증
일본의 유명 만화가 아다치미츠루가 그린 야구 만화, 'H2'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야구를 무시하던 교내 축구부와 한판 야구 시합을 붙은 주인공의 야구팀. 그들은 야구팀이란 명칭이 무색하게 9회말 투아웃까지 일방적으로 밀린다. 그러나 9회말 투아웃부터 연속적인 찬스를 잡아내며 끝내 역전에 성공한다. 그 상황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가 바로 그것이다. 주인공이 축구부를 향해 날린 말이다.

“타임 아웃이 없는 스포츠의 진수를 보여드리죠.”

사실 이 장면으로 인해 인터넷에서는 애꿎은 축구팬과 야구팬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했었다. 물론 애초에 다른 종목을 두고 어떤 종목이 더 뛰어난 스포츠인가라는 논쟁 자체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적잖은 야구팬들이 이 장면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한편으로, 적잖은 축구팬들은 이 장면으로 속이 상한 것도 같다. 축구에서 종료 시간을 얼마 안 남겨두고 극적인 장면이 나올 때면 으레 인터넷 댓글에는 “이것이 타임아웃이 있는 스포츠의 진수이다”라는 반응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 걸 보면,제한시간이 있는 스포츠와 그렇지 않은 스포츠 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대학 시절 미디어 강의를 들을 때도 교수님이 스포츠와 미디어를 빗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매회 공수가 교대되고 제한 시간이 없는 야구는 미디어로 치면 독서 행위와 비슷하다. 반면 공수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제한 시간이 존재하는 축구는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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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간의 성행위는 어떨까? 재미있는 것은 남성의 발기에는 타임 아웃이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성행위를 반복해도 발기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남성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성의 성기는 일정 시간을 넘겨서 계속 발기가 되어 있을 경우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보통은 4시간을 기준으로 판정하게 되는데, 4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발기가 되는 경우를 '음경 지속 발기증'이라고 한다. 특히 발기부전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 요법을 사용한 뒤에 발생하는 경우는 응급 질환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음경의 혈액 순환이 발기로 인해 막히게 되어 심할 경우 발기 조직의 괴사와 섬유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빨리 음경 세척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발기부전과 음경 만곡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음부나 음경 쪽의 외상과 충격에 의해 지속 발기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앞의 경우만큼 응급은 아니지만 역시나 혈관 중재술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골프는 타임 아웃이 없는 스포츠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규정상 타임 아웃이 없다고 해도, 최근 들어 야구에서 빠른 경기 진행을 유도하거나 몰수패 등의 규정이 있는 것을 보면, 결국 스포츠는 타임아웃의 유무와 상관 없이 적당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라 생각된다.

발기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발기를 정력의 상징으로 생각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적당한 시간 동안의 발기와 성생활이 우리 몸의 생리에 더 적당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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