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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자오픈] 운명의 장난 같은 '박성현-이정민 리벤지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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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과 이정민이 21일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운명의 재대결을 펼치게 됐다. 20일 3라운드에서 갤러리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박성현(왼쪽)과 1번홀에서 벙커샷을 시도하고 있는 이정민. 청라(인천)=미디어블랙스, 임동민 기자


이쯤이면 신도 좀 짓궂다는 느낌이 든다. 2주 전 다 잡았던 생애 첫 승을 놓친 선수와 반대로 짜릿한 역전우승을 달성한 선수를 다시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묶어버렸으니 말이다.

20일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29회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는 또 한 번의 명승부를 예고했다. 2라운드까지 합계 2언더파로 공동선두에 오른 박성현(22 넵스)이 두 타를 줄이여 유일한 언더파(-4)로 선두를 내달렸다. 이에 앞서 올시즌 3승을 수확한 이정민(23 BC카드)은 코스레코드 타이인 4언더파를 몰아치며 단숨에 단독 2위(1오버파)로 올라섰다. 2명씩 한 조로 플레이하는 까닭에 둘은 21일 최종라운드에서 복싱의 타이틀매치 같은 치열한 우승다툼을 벌이게 됐다.

5타의 격차. 하지만 박성현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난 6월 7일 롯데칸타타 대회에서 박성현은 10언더파로 이정민에 3타를 앞선 채 마지막 날을 맞았다. 경기가 이상하리 만큼 풀리지 않았고, 특히 마지막 18번홀에서 약 1m 거리의 챔피언 퍼트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연장전 끝에 분패, 투어 2년차 첫 승의 꿈은 손에 다 들어왔다 빠져나갔다. 반면 이정민은 4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두며 다승과 상금 선두로 나섰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이겨내는 방법은 우승뿐인 것 같다. 내일 꼭 우승하고 싶다.”

박성현의 각오는 다부졌다. 연속으로 같은 선수에게 역전을 당해 우승컵을 내주는 일은 상상도 하기 싫은 법이다. 반면 그 만큼 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정민에 대해 박성현은 “롯데칸타타 대회 이후 꼭 다시 쳐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참 빨리 왔다. 두 번째라 지난 번보다는 더 편하게 칠 것이다.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려운 코스지만 공격적으로 할 홀은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알고 있듯이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잡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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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롯데 칸타타여자오픈에서 챔피언조로 맞대결을 펼친 박성현(오른쪽)과 이정민.<사진 제공=KLPGA>


반면 1차전 승자의 여유일까? 이정민은 차분해서 더 무섭게 느껴졌다. 지난해 하반기 2승이었으니, 아직 만 1년이 되지 않았는데 5승을 수확했다. 지난해 김효주에 버금가는 초상승세다. 그런데도 무척 담담했다.

“이번 코스는 몰아칠 수 있는 코스가 아닌 까닭에 내가 잘해서 역전우승을 하기는 힘들죠. 우승을 하려면 운이 따라야 하죠. 매홀 파로 지킨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할 겁니다.”

평범한 멘트 같지만 곱씹어 해석하면 '2주 전처럼 상대가 실수하면 또 한 번 우승기회가 올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신도 장타자지만 박성현은 더 멀리 친다는 것에 대해서도 “(박성현이)드라이버샷은 저보다 멀리 쳐요. 하지만 저도 힘껏 치면 비슷하게 날릴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언샷 거리는 제가 나은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박성현에 대해서는 “저도 퍼트 하나 때문에 우승을 놓친 적이 많아요. 그런 게 쌓이면서 성장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답했다. 같은 톤으로 웃음과 함께 조근조근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정민이 지난 주 S-OIL챔피언스 대회를 출전하지 않은 까닭에 둘은 이번 대회 때 다시 만났다. 특별한 친분도 없고 해서 간단히 “잘 치라”는 인사만 나눴다고 한다. 21일 동반 라운드도 대화는 없을 것 같다.

모 스포츠브랜드 때문에 '승리의 여신' 니케(Nike)는 잘 알려져 있지만 '행운(기회)의 여신' 티케(Tyche)는 조금 생경하다. 21일 티케는 박성현을 택할까? 아니면 또 이정민의 손을 잡을까? 그것도 아니면 안신애 양수진 최혜진(아마추어) 전인지 김효주(이상 10위권 이내 선수) 등 다른 선수에게 웃음을 보낼까?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최고 권위의 대회답게 마지막도 무척 흥미롭다. [청라(인천)=헤럴드스포츠 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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