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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콘돔의 천적, 곤지름
필자가 처음에 골프채 커버를 보았을 때 작은 충격을 받았었다. 처음에는 골프채에 양말을 씌워 놓은 줄 알았다. 아니면 여성 골퍼들이 일부러 귀여운 소품처럼 골프채를 장식하려고 씌워 놓은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헤드의 손상을 막기 위한 커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생활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 있다. 남성의 소중한 곳에 사용하는 콘돔이 그것이다. 클럽의 손상을 막기 위한 게 골프채 커버라면, 콘돔의 목적은 피임 기능이 우선이다. 그러나 보호 기능 역시 수행하고 있다. 바로 무시무시한 성병으로부터 남녀 모두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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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보건국 NIH의 보고에 의하면 콘돔을 사용할 때 에이즈의 감염 위험을 85% 줄일 수 있다. 또한 요도염, 헤르페스, 성기 사마귀 등 다른 성병들의 전파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콘돔을 사용하였음에도 성병에 걸렸음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콘돔의 부적절한 사용이나 제품불량의 문제도 있을 것이나, 최근에는 유사 성행위 등에 의한 전염률이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어법은 위험한 성접촉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고, 또한 삽입할 때뿐 아니라 성관계의 모든 과정에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면 콘돔을 적절하게 사용하였음에도 완벽히 방어되지 않아 애를 먹이는 성병들도 있다. 바로 헤르페스와 곤지름이라 불리는 성기 사마귀이다. 이 두 질병의 경우 체액보다는 피부 대 피부의 접촉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콘돔으로 보호되는 음경뿐 아니라, 고환이나 음모 및 항문 등 성기 주변 피부에도 흔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콘돔을 사용한다 해도 완벽히 방어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곤지름이다. 곤지름은 '콘딜로마'가 정식 명칭인데,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원인체이다. 피부에 잠복하는 HPV는 지속적으로 상피 세포를 증식시켜 사마귀를 만들게 된다. 사마귀는 보기에도 흉측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고위험 HPV의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경 상피암이나 항문암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여성의 자궁 경부암이다.

따라서 성기에 피부 병변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더 이상의 추가적인 성접촉을 피하고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마귀의 경우 레이저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나, 중요한 것은 피부에 잠복한 HPV의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다. 아쉽게도 잠복한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약은 발견되어 있지 않다. 다만 추가적인 HPV 백신의 접종이나, 성기 청결제 등의 지속적인 사용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콘돔은 가장 효과적인 성병 방어책의 일환 중 하나이다. 그러나 곤지름 등의 무서운 성병에 대해서는 그 방어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평소 예방책을 철저히 하고, 이상 징후 발생시 바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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