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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후 25년만에 체육관 관장으로 새출발…세 남자의 우정이 만들어낸 ‘장정구 복싱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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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정구, ‘장정구 복싱클럽’ 후원회장을 맡은 전인욱 부림마트 대표, 윤영식 공룡발 신발매장 사장.

‘영원한 챔피언’ 장정구 전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52)이 은퇴 후 25년 만에 복싱계로 돌아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정구 복싱클럽’을 통해서다. 1991년 5월 무앙차이 키티카셈(태국)과의 WBC 플라이급 타이틀매치(KO패)를 끝으로 링을 떠난 장정구는 요식업 등 개인사업을 하며 복싱과는 다소 거리를 뒀었다. 그동안 그의 이름만 빌려 운영된 체육관은 여럿 있었지만, 장정구가 직접 관장을 맡고 복싱 지도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몸은 떠났어도 복싱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전했다. 장정구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자신과 같은 체급에서 세계타이틀을 차지했던 고 최요삼의 프로모터를 맡기도 했다. 체급뿐만 아니라 복싱 스타일, 몸놀림 하나하나까지 자신을 빼다 박은 후배를 많이 아꼈다. 최요삼의 안타까운 죽음은 장정구에게 큰 상처로 남았고, 이후 더 이상의 후배 양성은 없었다.

한국 복싱의 위상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지금 다시 체육관을 세운 데에는 진한 남자들의 우정이 크게 한몫했다. ‘장정구 복싱클럽’ 후원회장을 맡은 전인욱(54) 부림마트 대표와 윤영식(52) 공룡발 신발매장 사장은 입을 모아 “침체된 한국복싱을 다시 일으키는 데 장정구가 없으면 되겠느냐”며 체육관 개관 이유를 밝혔다.

전 대표는 80년대 대구에서 아마복싱선수로 활약했다. 프로 전향을 목전에 두고 사업을 시작하며 선수생활을 은퇴했지만 항상 가슴속은 복싱에 대한 갈망으로 뜨거웠다. 4년 전부터 장정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는 전 대표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데, 한국 복싱의 아이콘인 장정구가 링 주위를 떠나 엉뚱한 곳에 있는 게 마음이 아팠다”고 장정구를 설득한 배경을 밝혔다.

복싱의 황금기와 침체기를 모두 경험한 세대로서 전 대표는 “대한민국 복싱이 가라앉은 원인으로 ‘요즘 복서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다’는 지적들을 많이 하는데, 이는 지도자들의 열정 부족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장정구에게)사범한테 맡겨두지만 말고 매일 체육관에 나와서 관원들을 지도하라고 말했다. 약속 없으면 주말에도 나와서 자리를 지키는 등 열심히 하더라. 본인도 의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자식이 나온다고, 장정구의 시대는 끝났지만 분명 이 체육관에서 제2의 장정구가 나올 것”이라고 한국 복싱의 부흥을 꿈꿨다.

장정구와 부산 유년시절을 같이 보낸 윤영식 사장은 비록 복싱계에 몸담은 적은 없지만, 장정구의 현역 시절부터 은퇴 후 파란만장한 인생여정 전부를 옆에서 지켜봐온 죽마고우다. 인터뷰 전후로 윤 사장과 장정구가 티격태격 주고받는 말들 하나하나에는 40여 년 우정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윤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이제껏 수많은 복싱 챔피언이 나왔지만, 상대했던 선수들의 면면이나 전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정한 챔피언은 단연 장정구”라며 “이제껏 인생의 파고가 많았는데 훌훌 털고 정말 마지막으로 힘을 내 한국 복싱을 다시 일으킬 후배를 키워냈으면 좋겠다”고 장정구의 새출발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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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장정구 복싱클럽'에 모인 복싱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장정구 복싱클럽’에서 열린 개관식에는 김태식, 백인철, 유명우 등 전 세계챔피언들은 물론, 심영자 전 숭민프로모션 회장 등 수많은 복싱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장정구는 “사실 한국 복싱의 부흥이 쉽지는 않다”며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기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다이어트 등 생활체육 쪽에서는 인기가 있기에, 재목이 보이면 최선을 다해 이 체육관에서 한 번 키워볼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개관한 지 두달 남짓된 ‘장정구 복싱클럽’에는 벌써 80명에 가까운 많은 관원이 몰려 장정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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