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남자 예선 경기 시작 전, 고글에 빛이 완벽히 차단되는 지 확인 중인 심판(오른쪽). 쇼다운은 고글만 착용하면 비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선수들은 모든 신경을 청각과 촉각에만 의지해 배트 쥔 손을 움직인다. 탁구에서도 라켓 그립 방식이 크게 펜홀더, 쉐이크핸드가 있는 것처럼 쇼다운에서도 선수 고유의 배트 잡는 방법이 존재한다. 배트는 장갑을 낀 채 테이블에 붙여 잡는다. 공이 테이블 밖으로 나가 실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간 테이블 쪽으로 기울여 잡는다. 장갑은 두툼한 것이 꼭 스키장갑을 연상시킨다. 손등 타박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왼손으로 테이블을 지지하며 상체를 숙인 채 경기에 집중하는 김정빈. 쇼다운 선수의 전형적인 플레이자세를 잘 보여준다.
공격 방식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손목 스냅과 상체를 이용해 배트로 공을 밀어내는데, 이 점에서 힘이 좋은 유럽선수들의 경기력이 탁월하다. 특히 공의 소유권이 넘어 왔을 때 공을 테이블 모서리에 몰아 정지시킨 후 배트를 세게 휘둘러 득점을 노리는 기술은 압권이다.
타임아웃 때 경기 전략에 대해 논의 중인 황태민 감독(왼쪽)과 한혜옥 코치. 쇼다운에서도 다양한 전술과 전략이 중요하다.
득점 상황은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 탁구와 유사하게 랠리가 길어지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공이 쑥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뿐만 아니라 공격을 위해 공을 컨트롤 하다가 어이없이 자책골을 범하기도 한다. 또한 쇼다운 경기 규칙 상 최종적으로 공을 터치한 선수의 공이 테이블 밖으로 나가거나 센터 스크린에 부딪혀도 1점을 실점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득점이 잘 나오지 않는 피를 말리는 수비모드 경기도 있지만,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어질 정도로 줄득점이 나오기도 한다. 경기분위기가 훅훅 바뀌고, 그래서 시쳇말로 ‘심장은 계속 쫄깃하다’.
쇼다운 경기장에는 점수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2번마다 번갈아하는 서브 직전에 부심이 구두로 현재 서브 순서와 득점 현황을 알려준다. 또 주심은 득점이 나오면 즉시 그 이유를 알려준다.
조용한 경기장에서 들리는 선수들의 숨소리와 땀 냄새가 어떤 종목보다 진하게 느껴진다. [헤럴드스포츠=김세준 기자]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