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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5월 대반격’을 기다리며
30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 6-9 SK 와이번스

솔직히 요즘 NC야구를 보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꼬여도 뭔가 제대로 꼬인 느낌이다. 시즌 전부터 원종현이 뜻밖의 대장암으로 자리를 비우며 불펜에 구멍이 생겼다. 승리는 못해도 QS(퀄리티스타트)는 밥 먹듯 하던 이재학이 아직까지도 단 하나의 승리, QS도 수확하지 못하며 선발로테이션에 비상이 걸렸다. 타선도 풀이 죽었다. 지난해 쏠쏠한 타격을 보여준 모창민-이종욱-손시헌의 방망이는 아직 예열이 덜 되었고, 나성범도 4경기 연속 무안타(18일 한화전~23일 삼성전)에 빠지는 등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황제 마무리' 김진성도 26일 경기 후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5~6주 자리를 비운다. 2014년보다는 2013년에 가까운 듯한 요즘이다.

하지만 최근 2014년 모드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SK전 승리 후 3연패, 5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거둔 24일 LG전 11-3 대승이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26일 경기에서는 김진성을 잃고 경기에도 졌지만 9회말 4점을 뽑아내며 끈끈한 야구가 조금씩 살아났다. 28일 SK전은 두 번의 역전, 부상에서 돌아온 임창민의 마무리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30일 경기를 앞두고 기대가 상당히 컸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 오랜만에 연승을 거두고 ‘5월 대반격’에 들어가길 바랐다.

무너진 전반, 세 번의 비명과 함께 한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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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의 부활은 너무나 반갑다. 마지막 병살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지만...


시작은 좋지 않았다. 선발 노성호가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을 노출하며 조기강판 되었다. 2-3으로 뒤진 2회 1사 만루에서 박재상의 1루 땅볼 때 박민우와 손정욱이 1루 베이스 커버에 늦으며 보이지 않는 실책을 했다. 이 실수는 큰 화를 불렀다. 최정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았지만 브라운에게 3타점 중월 2루타를 허용하며 안 줄 점수를 허용했다. 4회에는 최정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점수 차가 7점으로 벌어졌다.

극심한 부진을 겪던 4월 중반이었더라면 허탈하게 패했겠지만 이날은 역시 달랐다.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차근차근 쫓아갔다. 4월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박민우-김종호 테이블 세터가 앞장섰다. 5회 박민우가 발야구로 한 점을 만회하고 7회 선두타자로 나선 김종호가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나성범가 우전안타를 치고 테임즈가 볼넷을 고르며 무사만루 황금찬스를 잡았다.

이후 필자는 세 번의 비명을 질렀다. 첫 번째는 무사만루에서 나온 이호준의 타구다. 이호준은 바뀐투수 문광은의 5구째를 잡아당겼는데 수비가 좋은 김성현의 정면으로 향했다. “끄악 병살이다!”하고 외치는 필자의 비명을 들은건지 김성현은 공을 빠트렸고 2루주자 나성범까지 홈을 밟았다.

두 번째 비명은 곧이어 나왔다. 지난해 이맘때에도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던 이종욱은 종종 천금 같은 적시타를 터트리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다. 필자는 기도라도 하듯 지난해 4월 9일 마산구장에서 날린 이종욱의 삼성전 끝내기 만루 홈런 영상을 틀었다.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이종욱이 1루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됐다!”하고 소리를 지르던 순간 공은 외야가 아니라 SK 1루수 박윤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 있었다. 이 타구를 통해 테임즈가 홈을 밟았지만 아쉬움이 매우 컸다. 다음 타자 지석훈과 모창민이 스트라이크 낫아웃과 삼진으로 돌아서며 이닝이 종료되며 아쉬움은 두 배가 되었다.

마지막 비명은 길었다. 8회초 김태군의 2루타와 김종호의 좌중간 안타로 1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홈런 한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 타석 전까지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감이 좋았기에 기대는 컸다. 초구가 다소 가운데로 몰렸고 나성범은 방망이를 돌렸다. 배트가 부러지는 듯한 불길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김성현쪽으로 흘렀다. 7회와 같은 행운을 기대했지만, 혹은 나성범이라도 살아남아 테임즈에게 기회가 이어지길 바랐지만 결과는 병살타였다. 이닝도 끝났고 NC의 추격도 거기서 종료되었다.

'5월 대반격'을 위한 준비를 공고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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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프로는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과정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더군다나 팀이 전체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운을 통해 얻는 1승보다는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가는 5,6월을 앞두고 전력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필자는 이날 경기를 통해 두 가지 수확을 얻었다고 본다.

첫 번째는 허약해진 불펜에 힘을 보탤 손정욱과 고창성의 발견이다. 손정욱은 지난해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했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발 전환을 계획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세 경기에서 기복이 심한 피칭(3⅓이닝 8실점-6이닝 무실점-4⅔이닝 8실점)을 보여준 이후 다시 불펜으로 옮긴 뒤 이날 이번시즌 첫 등판에 나섰다. 2-3으로 뒤진 상황에 1사 1,2루라는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여전히 씩씩한 피칭을 보여주었다. 앞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베이스커버 실책만 없었더라면 2-4로 이닝을 막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손정욱의 투구 폼 변화가 눈에 띄었다. 이전에는 공을 무릎 위치까지 내리며 타자에게 살짝 손을 보여준 뒤 던졌으나 이날은 허벅지까지 내리며 최대한 공을 숨긴 뒤 던졌다. 이를 디셉션(투수가 투구직전까지 최대한 공을 타자에게 보여주지 않는 동작)이라고 부르는데 구속보다는 제구력과 변화구로 승부하는 손정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타자를 상대할 때 어이없는 폭투를 던진 고창성도 금세 안정을 찾으며 2⅔이닝 2피안타 1볼넷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었다. 옆구리 투수라는 특성을 앞세워 불펜진의 다양성도 꾀할 수 있다. 경험 많은 손정욱과 고창성의 합류가 구위는 좋으나 경험이 모자랐던 최금강-임정호에게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어주길 바란다.

두 번째는 나성범의 부활이다. 박민우-김종호의 테이블 세터는 리그 최고 수준이며 4번타자 테임즈는 여전히 최고의 외국인타자다. ‘호부지’ 이호준도 회춘모드에 들어가며 6번에서 5번으로 타순이 올라갔다. 그런데 이들을 잇는 연결고리가 말썽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나성범은 4월 중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하위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점수를 내줘야하는 중심에서 공백이 생기니 빅 이닝을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다득점이 안 나오니 경기는 항상 접전이 되었고 가뜩이나 걱정 많은 불펜은 매일 가동되었다.

다행히 나성범이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이날 2안타 2볼넷으로 타격감과 선구안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5경기 타율 0.350 5타점으로 서서히 감이 올라오고 있다. 나성범의 장타력까지 되살아나는 순간, 그때가 NC의 ‘5월 대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10승 12패. NC가 받아든 4월 성적표다. 4월 시작과 동시에 6연승을 거두며 거침없이 질주 했으나 '어어' 하는 사이에 벌어놓은 승리를 다 까먹었다. 6연승 이후 연승은 단 한 번도 없고 오히려 2패를 더 당하며 9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제 144경기 중 2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크게 무너지지 않고 차근차근 퍼즐조각을 맞추고 있다. 필자는 서서히 퍼즐조각이 모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 NC의 ‘5월 대반격’이 시작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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