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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불펜 극장'의 공포는 2사 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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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롯데 홍성민 (사진=롯데 자이언츠)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순간 불안감은 더 커진다.

롯데 자이언츠 불펜이 매 경기를 '극장'으로 만들고 있다. 롯데는 2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7-6 진땀승을 거뒀다. 이상화의 6.2이닝 2실점 호투와 최준석의 그랜드슬램을 앞세운 롯데는 경기 초반 흐름을 완전히 거머쥐었다.

한쪽으로 기운 듯 보였던 경기는 7회부터 급격히 요동쳤다. 2사 후가 문제였다. 롯데 선발 이상화는 7회 선두타자 김다원에게 좌측 2루타를 내줬다. 하지만 이홍구와 최용규를 연달아 범타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잡아갔다. 투구수가 100구를 돌파하자(101구) 롯데 이종운 감독은 곧바로 이상화를 내렸다. 이명우가 김다원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이상화의 최종 기록은 6⅔이닝 동안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7-1의 넉넉한 스코어에 마운드를 내려간 이상화의 무난한 시즌 2승이 예상됐다.

'롯데 불펜 극장'에게 허락된 시간은 2⅓이닝. 여섯 점 차를 긴장감으로 끌고 가기에 다소 짧은 듯 보였던 러닝 타임이었지만 지금 롯데 불펜에겐 충분했다. 이명우는 대타 김호령에게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내준 뒤 강한울 타석에서 폭투로 3루주자에게 홈을 허용했다. 그렇게 이상화의 자책점은 '2'로 늘었다. 이후 강한울에게 볼넷을 내준 이명우는 김성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성배는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브렛 필을 상대했다. 필은 김성배의 공을 제대로 받아치며 안타성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공은 우익수 손아섭의 글러브로 향했다.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추가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스코어는 7-2. 아직까진 여유있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김성배가 나지완을, 심규범이 최희섭을 처리하며 4-5번타자의 큰 산을 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조로웠지만 이번에도 2사 후부터 말썽이었다. 8회 마운드를 밟은 세 번째 투수 홍성민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는 동안 하위타선에게 4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대거 석 점을 내줬다. 다섯 점차는 졸지에 두 점차가 됐고, 마운드엔 필승조 김승회가 올라왔다. 김승회는 김호령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9회 역시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김승회는 1사 후 필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나지완을 짧은 뜬공으로 처리한 김승회 덕에 '롯데 불펜 극장'은 개점휴업하는 듯 했다. 물론 기우였다. 최희섭은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경기를 한 점차로 만들었다. 이후 김승회는 박기남에게 내야안타, 김다원에게 사구를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타석엔 차일목이 들어섰고 풀카운트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김승회의 7구를 받아쳐 만든 차일목의 타구는 외야를 향했고 중견수 김민하가 끝까지 쫓아가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마지막까지 쉽지 않은 아웃카운트였다.

올 시즌 롯데 불펜의 2사 후 성적은 0.356-0.456-0.529-0.985(피안타율-피출루율-피장타율-피OPS 순)로 처참한 수준이다. 만약 위와 같은 성적을 가진 타자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온다면 최고액 기록을 경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그 평균 2사 후 타율이 0.242, OPS가 0.732인 것에 비교한다면 극심한 부진을 겪는 셈이다.

22일 롯데 불펜은 관객이 오한을 느낄법한 '공포 영화'를 찍었다. 반면 KIA 팬들은 주인공이 고난을 꺾고 점차 능력을 발휘하는 '성장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롯데 불펜 극장'의 입장료는 롯데 팬들이 지불한다. 공포를 느껴야 할 대상이 뒤바뀌었다. 공포 영화는 상대 팀 팬들이 관람해야 한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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