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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해외 전지훈련, 기량 향상을 보장할까?

금년 겨울에 필자는 LA 근처로 동계 전지훈련을 간 골프선수들의 훈련 캠프를 돌아보았다. 우리네 골프문화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겨울이 되면 당연히 해외 훈련을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이 동계훈련을 끝내고 돌아올 때쯤이면 정말 골프 기량이 높아졌을까? 큰 돈을 투자해 두 달이 넘는 기간을 따뜻한 곳에서 맹훈련하고 돌아오니 특히 주니어의 경우, 선수 부모는 큰 기대를 한다. 살짝 결론부터 밝히자면 개인적으로 해외 전지훈련의 기량 향상 효과는 의문부호를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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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선수들은 외로운 훈련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연습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는 기량 향상


골프의 특성상 기량 향상은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현지의 연습라운드에서 평균 타수가 내려갔다는 통계를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서 객관적으로는 시즌이 시작된 후 공식 시합에서 나오는 평균 타수를 측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골프 기술의 향상은 연습시간에 비례해 우상향 ‘직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계단식으로 향상되므로 긴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 하고, 때로는 스윙체인지를 연습하면서 기량이 후퇴하기도 한다. 기다림이 길어지거나, 기량이 후퇴하는 것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무척 어렵다. 전지 훈련에서 빨리 발전하고 싶은 선수들은 초조해지고, 지름길을 찾으려고 한다.

선수들의 판에 박힌 동계훈련 일과

전지훈련 선수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천편일률적이다. 거의 매일 연습라운드를 하고, 나머지 시간을 스윙교정, 쇼트게임 퍼팅 연습에 할애한다. 이어 해가 지면 체력 훈련장에서 골프 근육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린다. 일주일에 하루는 휴식을 취하는데 쉬는 방법을 모르거나 마음이 급한 선수들은 또 연습장으로 간다. 결국 체력적, 정신적으로 지쳐서 효율적인 연습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티칭 프로는 아주 바쁘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은 10시간뿐인데 가르쳐야 하는 선수는 많다 보니 자연히 팀의 에이스급 선수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짧은 레슨 시간을 할애하고, 각자 알아서 연습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선수들 스스로 누가 에이스이고 누가 B급 선수로 분류되는지 알고 있어서 불만을 표시할 수 없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 연습장의 어떤 선수는 자기가 잘 치는 샷을 반복해서 목표지점으로 정확히 보내고 있지만 새로 배우는 것은 전혀 없다. 다른 선수는 자기가 잘 치지 못했던 샷을 완성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선수도 연습은 하는데 특별히 배운 것 없이 하루가 끝난다.

골프 기량이 향상되려면 기술, 체력, 정신력의 3박자가 모두 향상되어야 한다. 우선 기술적인 해답은 찾기가 쉽지 않다. 연습장에서 스윙의 키를 찾았다 싶었는데 라운드에 나가면 의도한 샷이 안 된다. 훈련 팀의 지도자가 방법을 제시해 줄 수도 있지만, 변형된 스윙이 자기의 몸에 익숙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훈련기간이 끝나가면서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은 점점 지쳐가고 목표했던 기량향상이 잘 안 되면 되려 심리적으로 흔들린다. 이렇게 귀국 날짜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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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훈련 중 어떤 경우는 하루 종일 퍼팅 그린 위에서 씨름을 하기도 한다.


효과적인 동계훈련이 되려면


A선수는 10년이 넘게 해외 동계 훈련을 다녀왔지만 해외 훈련으로 인한 특별한 기량 향상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사실 해외로 가지 않고 한국에서 체력훈련에 집중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해외 훈련은 좋아 보이지만,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매 시즌마다 두 달씩, 이렇게 10년 동안 해외 훈련을 간다고 하면 20개월이다. 그런데 혹한이 없어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와 풍족한 골프 환경 속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겨울철에 따뜻한 곳을 찾아, 낯선 해외로 나가는 우리(혹은 겨울이 추운 나라) 선수들에게 비해 이들이 유리할 것이다. 이미 아시아에서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른 인도와 중국을 보면 아시아 골프의 최강국인 한국 골프의 앞길이 점점 더 험난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제한된 훈련시간을 가지고 전 세계의 선수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면, 효율적으로 연습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목표가 있는 연습이어야 효율이 높아진다. 체력적, 정신적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여 되려 지쳐버리는 것을 피하는 방법도 알려주어야 한다.

결국 해외 전지훈련을 가기 전에 강의를 통해서 자기관리와 연습방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연습시간보다 연습방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2월 하순 귀국하면서 미국에서 만났던 한국 골프선수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그들은 모두 골프를 더 잘 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고자 했다. 정말 열심히들 노력하는데, 혹시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됐다. 골프인들이 우리 전지훈련 문화에 맹점은 없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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