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고 성적을 올린 김보아
[헤럴드스포츠(경기 안산)=최웅선 기자] 루키지만 주목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김보아(19)도 그 중 한 명이다.
주니어시절 김보아는 유망주였다. 16세 때인 2011년 KLPGA투어 히든밸리 여자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변현민(24 요진건설)과 연장까지 가는 멋진 승부를 펼쳤다.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프로 대회 첫 출전에서 '김보아'란 이름 석자를 골프팬들의 뇌리 속에 단단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3년 후 KLPGA투어 프로가 됐지만 그 누구도 김보아를 기억하지 못했다. KLPGA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메트라이프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린 21일 경기도 안산의 아일랜드 골프장. 열여섯 소녀였던 김보아는 우승을 다투는 챔피언조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티오프 전 기자와 만난 김보아는 “현재 상금랭킹 64위다”라며 “우승은 바라지도 않는다. 시드전에 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치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걸음으로 1번홀 팅 그라운드로 향했다. 주니어시절 태극마크를 함께 달았던 동갑내기 스타 김효주(19 롯데)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구름 갤러리가 팅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늘어섰다. 긴장감에 멍했지만 결과는 공동 4위로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경기가 끝난 뒤 다시 만난 김보아는 “주눅 들지 않고 내 플레이를 잘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는 경기소감을 밝혔다.
주니어시절 국가 상비군에 일찌감치 발탁될 만큼 김보아는 유망주였다. 작년 준회원이 된 그는 같은 해 점프투어 상금랭킹 5위로 시드전에 갈 수 있는 정회원이 됐다. 그리고 첫 시드전을 가볍게 통과하고 투어 프로가 됐다. 김보아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엄마는 신인이 시드만 유지해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내 생각은 (김)효주가 잘 하니까 효주처럼만 하고 싶었다”고 데뷔 당시를 회상했다. 김보아는 어렵게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도 마지막 날 어이 없이 무너졌다. 충만했던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동갑내기 동기들이 우승하는 걸 보면서 ‘난 저렇게 할 수 없을까!’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며 “하위권에서 맴돌다 보니 어느 순간 시드전을 준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투어에서 살아남겠다는 부담감을 털어 내려고 일찌감치 시드전 준비를 시작한 김보아는 이번 KLPGA선수권에서 공동 4위에 올라 프로 데뷔 최고 성적을 냈다. 상금랭킹도 17계단이나 끌어올린 47위다. 아직 대회가 남아 있어 유동적이지만 50위까지 내년 시드가 주어지기 때문에 한숨을 돌린 셈이다. 김보아는 “이 대회를 통해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 시드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아는 이어 “(김)효주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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