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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인터뷰] 아세안 사무총장 “7월 ARF 흥미로울 것…北최선희 참여 중요”[헤경이 만난 사람]
주아세안 북한대사 공석…김성남 北 국제부장 라오스 방문
“아세안, 北도발 진지하게 우려…ARF 참여·대화·외교 중요”
한-아세안, 대화관계 35주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한-아세안 연계성 증가…한중일, 아세안과의 협력 결과물”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 단독 인터뷰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서귀포)=최은지 기자]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올해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로 격상할 예정이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아세안과 대화상대국 간 최고 수준의 파트너십으로, 중국·인도(2021년), 미국·호주(2022년), 일본(2023년)에 이어 우리나라가 6번째다.

특히 회원국이 모두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만큼 아세안은 우리에게는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지역 안보 협의체로 참석 대상이 늘 초미의 관심인데, 올해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직접 참석한 가능성이 높다.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고 있는 라오스는 평양에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몇 년째 외무상을 보내지 않고 있는 북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북한 외무상이 참여하기를 언제나 기대하고 있고, 올해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까으 사무총장은 지난달 29~31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차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10개국(동티모르는 옵저버 자격 획득)이 가입한 지역 안보·경제연합체인 아세안 사무총장을 맡기 전 캄보디아 외교부 차관 겸 고문, 총리실 직속 아세안 담당 특임장관을 지냈고, 캄보디아 대학을 설립한 학자이기도 하다.

북한은 2000년 7월 ARF에 가입한 이후 꾸준하게 참석해왔다. ARF를 계기로 남북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된 것만 4차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6~2018년에는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참가했으나, 2019년에는 주태국대사가, 2020~2023년에는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가 참석했다.

안 대사가 올해 임기를 마치고 복귀했고, 후임 대사가 임명되지 않아 주아세안대표부 북한대사는 공석인 상태다. 최선희 외무상이 활발하게 외교활동을 하고 있고, 지난 3월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라오스를 방문해 통룬 시술릿 주석을 예방하면서 코로나19로 소원했던 아세안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까으 사무총장은 “아세안은 북한의 외무상이 참여해 아세안 지역 국가들의 우려와 염려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경청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27개국이 참여하는 ARF를 통해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데, ARF에 대한 참여가 줄어들고 미사일 도발 행동이 많아지고 있다”며 “북한의 행동은 이 지역과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 모든 곳에서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아세안은 1995년 비핵화조약 ‘동남아비핵지대화’(SEANWFZ)를 체결하고 핵무기 개발·생산, 통제권 보유, 핵실험 등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 5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도 이 조약에 대해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열릴 당시 북한이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ARF 의장성명과 아세안 외교장관 성명이 나왔다. ARF는 “모든 관련 당사자의 평화적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을 포함, 외교적 노력이 계속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의 근본 원인에 대해 참가국 사이의 이견이 있다는 점도 함께 명시했다.

까으 사무총장은 “아세안은 한반도가 남아시아 국가에 매우 가깝고,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이전보다 진지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화와 외교, 참여”라고 밝혔다. 북한의 ARF 참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ARF 의장성명이 북한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ARF 창립 30주년인 만큼 대화상대국과 주요 파트너 국가 모두가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아세안 회원국 중에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곳이 있고, 북한이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옵션”이라며 “아세안은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북한과 수교했으나 말레이시아는 2021년 북한과 단교했다.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한 아세안 국가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다.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아세안은 올해 10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예정이다. 한-아세안은 1989년 11월 부분대화상대국 관계를 수립했고, 1991년 7월 완전대화상대국 관계에서 2010년 한-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2009년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제주), 2014년 대화관계 수립 25주년(부산), 2019년 대화관계 수립 30주년(부산)까지 대화관계국 중 최초로 세 차례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까으 사무총장은 “한-아세안 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 존중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35년간 상당한 변모를 거쳤다”며 “올해가 한-아세안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신뢰가 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세안의 3가지 기둥에 더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은 2025년까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대 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연계성이 증가할 것”이라며 “항공 대 항공, 항만 대 항만, 사람 대 사람 사이에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양측이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약 6억7197만명, GDP 3조6577억달러의 ‘떠오르는 시장’ 아세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1973년, 호주는 1974년, 미국은 1977년에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하며 일찌감치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우리보다 늦게 대화관계를 수립한 인도(1992년), 중국(1993년)과는 가장 먼저 최고 수준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방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아세안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다.

‘평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참여’를 중시하는 아세안은 대화의 장이다. 1997년 아세안은 아시아 금융위기 등 초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일 3개국 정상을 동시에 초청하면서 아세안+3(한중일) 체제를 발족했다.

까으 사무총장은 “정상부터 외교·경제·농림·보건부 장관, 고위관리(SOM), 워킹그룹까지 아세안+3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는 아세안+3을 통해 이뤄진 협력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일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제도화됐다.

그는 “1997년 아세안 금융위기를 겪으며 아세안과 한중일이 금융 협의를 할 수 있었고, 비상쌀비축제 등 식량 안보 측면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3에서 이뤄지는 협력은 남아시아와 북아시아 간 협력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아세안+3를 통해 이뤄진 협력 매커니즘이 13개 국가가 협력하는 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2021년 2월, 아세안 회원국인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같은 해 4월, 아세안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고 미얀마 군부와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폭력 증각 중단 ▷모든 당사자 간 건설적 대화 개시 ▷아세안 의장 특사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아세안 의장 특사단 미얀마 방문 및 모든 당사자 면담 등 5가지 중재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가 합의 이틀만에 총격을 단행하며 사실상 합의를 깨면서,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의 국제회의 참석을 불허했다. 다만 지난 2월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그동안 배제돼왔던 미얀마 군부를 대표해 마를라트 탄 타이크 사무차관이 참석했다.

까으 사무총장은 “미얀마는 복잡한 문제이지만, 여전히 아세안 국가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여해야 한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미얀마 국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제주포럼 ‘세계 지도자 세션’에서도 “대화상대국과 파트너국이 아세안 회원국의 노력을 지원해주면서 미얀마 군부의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하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빠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더지만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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