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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상병 대대장 정신병원 입원…“해병대에서 왕따 당해, 책임 회피 안겠다”
해병대 조직적 ‘집단 따돌림’ 의혹 제기
“대대장 빼고 대대장 리더십 교육 좌절”
우울장애·외상후스트레스장애 소견 받아
지난해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소속 부대 대대장이었던 A중령이 정신병동에 입원할 예정이다. A중령은 29일 입원에 앞서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채상병 사건 이후 해병대에서 ‘왕따’를 당해왔다며 정신과 진료를 받던 중 입원하게 됐다고 밝혔다.앞서 경찰에 출두한 A중령. 자료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지난해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소속 부대 대대장이었던 A중령이 정신병동에 입원할 예정이다.

A중령은 입원에 앞서 29일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채 상병 사건 이후 해병대에서 ‘왕따’를 당해왔다며 정신과 진료를 받던 중 입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A중령은 “대대장으로 故 채 해병의 장례식도 보지 못한 채 5개월여 부대와 분리돼 일정한 장소에 하는 일 없이 출퇴근만하며, 부대원들과의 연락도 하지 못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하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버티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령급 간부들을 모아서 소집교육을 할 때에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데 조직으로부터 ‘이렇게 내팽겨쳐지는구나’하는 생각”이었다면서 “장례식 지원 간에도 ‘눈물 흘릴 자격도 없다’, ‘너가 안 해서 내가 한다’는 등의 말을 들으며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만 보면 수근대는 것 같아 바깥활동도 할 수 없었고 아는 사람을 볼 때면 피해 다니기 일쑤였다”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너무 힘들어 가족의 곁으로 가고 싶었으나 수사진행중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가, 간다고 했다가, 다시 갈 수 없다고 했다가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또 “‘원하면 보직해임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는 말에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며 “지휘관이 바뀌고 보직해임됐지만 가는 날도 누구의 통제 없이 그냥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A중령은 계속해서 “이후 (채상병) 모친을 만나 뵙고 사죄드렸으며 故 채 해병이 잊히지 않도록 끝까지 찾아보고 기리겠다며 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문자를 드리며 죄송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A중령은 “어제는 대대장인 저를 빼놓고 대대장 리더십 교육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모두가 참가하는 교육명단에 저만 빠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듣고 어찌나 창피하던지, 죽고 싶었다”며 해병대 내에서 조직적인 ‘집단 따돌림’까지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눈물이 그치지 않지만 부대원들 보기에 창피해서 못살겠다”며 “이렇게 해병대라는 조직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신과 진료를 받는데 슬프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했을 때 입원을 하자고 해 가족을 불러 입원을 하게 됐다”고 했다.

또 “다시 돌아가 전우들을 볼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보지는 않을지, 저 때문에 일이 더 많아지지는 않을지 미안할 뿐이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중령은 “이겨보려 했는데 더 이상 숨겨지지 않아 입원하게 됐다”며 입원을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음을 토로했다.

그는 “다시 한 번 故 채 해병의 명복을 빌며 부모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조금만 더 확인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는데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또 “지휘관으로서 제가 받아야 할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A중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후 조사 과정에서 해병대사령부의 대응과 언론 노출 과정 등에서 압박감과 우울감, 자책감 등으로 인해 해병2사단 의무근무대에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의료진은 A중령에게 상세불명의 우울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소견이 있다며 입원 치료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중령은 군의관 소견서를 받아 한 대학병원에서 2주 이상 한달 입원 진단을 받았으나 병원 내 입원실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 폐쇄병동 입원 수속을 받을 예정이다.

변호인은 “매우 안타깝고 특검법 폐기와 함께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착잡하다”며 “박정훈 대령이 참군인이라면 A중령도 참군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병대에는 아직도 박정훈과 A중령과 같은 군인들이 더 있다”면서 “국민적 관심과 응원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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