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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표때까지 ‘대외비’ 유지…분단위까지 세세한 합의 끝 韓-쿠바 수교
동구권 유일 미수교국인 쿠바와 국교 “외교의 완결판”
지난해 양국 고위급 세 차례 접촉…설연휴 최종 합의
13일 국무회의 극비리로 의결…언론에도 보안 유지
14일 밤 10시 수교·10시5분 발표…속전속결 진행
쿠바 여학생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이 이끄는 혁명군이 1959년 1월 8일 아바나에 입성한 날을 기념하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4일(미국 현지시간) 발표된 한-쿠바 국교수립은 절대 보안 속에서 긴박한 물밑 소통과 치밀한 외교전략 끝에 속전속결로 성사됐다.

중남미 유일한 미수교국이자 사회주의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기도 했던 쿠바와의 수교로 1989년 헝가리를 시작으로 1990년대 러시아, 중국과 수교를 수립한 이후 최대 북방외교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東歐圈)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지속적인 물밑 작업과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왔다. 지난해에만 박진 외교부 장관은 쿠바측 고위 인사와 세 차례의 접촉이 있었다.

수교 전까지 쿠바를 관할했던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이 현지에서 수교 교섭을 맡았다. 주멕시코 한국대사는 쿠바를 방문해 당국자들과 협의를 했고, 국과장급 실무진에서도 쿠바 측과 여러번 접촉했다.

양국 간 수교 교섭이 타결 분위기로 흐른 것은 지난 설 연휴 기간이었다고 한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주유엔 대표부 채널이 움직였다. 황준국 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대사를 포함한 극소수만이 협상 사실을 알고 있을 정도로 보안을 중요시했다. 외부에 유출될 경우 쿠바의 ‘사회주의 형제국’인 북한이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수교는 본부 외교채널, 주유엔 대표부와 쿠바를 관할하는 주멕시코 대사관 등 양국 외교공관 채널을 통해 충분히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양국 유엔 대표부는 협상이 최종 합의에 다다르면서 각각 본국에 보고했다. 시점은 설 연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 실무진 레벨에서 접촉이 있었고 대통령께서는 수교 협상 진행 상황은 다 소상히 보고 받고 계셨다”며 “최종 결정이 합의된 것은 연휴 기간 중이었고, (대통령께) 전화로 보고드렸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한-쿠바 수교안이 의결됐다. 헌법상 외국과의 조약안이나 중요한 대외 정책 사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들도 회의장에 들어서서야 수교 사실을 인지했고, ‘대외비’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수교 사실이 공개된 14일 밤 10시5분까지 입소문은 물론, 언론에도 비밀이 유지됐다.

양국 유엔 대표부는 14일 오후 10시, 뉴욕 현지시간으로 14일 오전 8시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양국 간 대사급 외교수립 관계에 합의했다. 양국은 외교공한 교환 사진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발표 시간은 외교공한을 교환한 뒤 5분 뒤로 합의했다. 동맹인 미국에도 협상 타결이 임박해서야 알렸다고 한다.

이 모든 절차는 양국 간 합의에 의해 오차없이 속전속결로, 끝까지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됐다.

국가 간 수교는 수교 의정서를 체결하거나 공동성명서 발표, 외교공한 교환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번 한-쿠바 간 수교는 외교공한 교환 방식을 채택했다.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인 쿠바를 고려할 때 신속하고 수월한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조치를 협의에 착수한다. 주평양 쿠바대사나 주멕시코 한국대사가 겸임을 하게 될지 여부 등은 협의를 통해서 결정한다. 양국 국민 간 비자 발급 문제나 현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영사 조력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쿠바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은 약 40명으로 집계된다.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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