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7일 김여정 노동당 담화 내용을 보도하면서 북한군의 기만작전 폭약발파 장면(44초)을 공개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 6일 서북도서 지역에서 포사격을 한 적이 없다며, 포성을 모방한 폭약을 터뜨리는 기만 작전에 한국군이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폭약 구덩이를 파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TV=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군 당국은 북한의 최근 잇단 서북도서 일대 포사격으로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구역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3000여회의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고, 서해상에서 지난 사흘동안 연속으로 포병사격을 실시했다”며 “이에 따라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실장은 “우리 군은 서북도서 일대에서 적의 행위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우리 군 자체 계획에 따라서 사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로 인해 남북이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설정한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특히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 동해 남측 속초시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군 이남까지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5~7일 서북도서 일대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으로 350여발의 포사격을 실시했고, 우리 군은 5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관 아래 해상사격훈련으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공중에서 군사분계선(MDL) 상공에 설정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이 백지화된 데 이어 해상완충구역까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론상으로는 MDL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등을 전면 중지하기로 한 지상 영역이 남아있긴 하지만 북한은 9·19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사실상 파기 선언을 한 상태다.

이 실장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북한군이) 포사격을 실시하게 되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보호 차원에서 사전에 통보해드릴 것”이라며 “북한군의 포문 개방은 9·19 군사합의 무력화 이후 상당히 많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6일 이뤄진 포사격에 대해 포성과 유사한 발파용 폭약을 터뜨린 ‘기만작전’이었다며 한국군이 오판하고 결과적으로 속아 넘어갔다고 한 주장을 재차 일축했다.

이와 관련 이 실장은 “군은 북한군의 발표와 포사격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발포하는 정황과 포사격하는 정황을 각각 포착해 횟수와 장소를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김여정의) 담화는 민심이반을 방지하고 대내결속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심리전 등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