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협력·탈북민 강제북송 등 논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다음주 한국을 찾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방한으로, 북·러 군사협력과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비롯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 사태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8~9일 이틀 일정으로 방한하는 블링컨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을 접견할 예정”이라면서 “구체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9일 오전 열릴 전망이다. 양 장관은 한미 동맹, 북한 문제, 경제안보 및 첨단 기술, 지역·국제 정세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다.
한미 양측은 북한이 10월로 예고한, 소위 우주발사체 3차 발사는 일단 연기됐지만 임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3차 발사를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라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북·러 간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양측의 일관된 경고메시지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현재 일부 전달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되는 무기 제공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며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장비와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북·중 간 국경 개방으로 불거진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 양국 간 중요 현안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개최된 미·중 대북정책대표 회상회담에서 성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중국의 ‘북한 국적자(탈북민)’ 송환 관련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탈북민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송환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6년간 공석이었던 자리에 임명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첫 방한에서 한국 정부와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북·러 군사협력,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 모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한미 양측은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이 지난달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을 논의한 만큼 한반도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 의제로 논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 등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에 앞서 3일 이스라엘과 요르단, 5일 튀르키예를 방문한다. 최근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국빈방문을 수행했고,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등의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로 중동 정세를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이 방한하는 것은 2년6개월 만으로, 2021년 3월 제5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었다. 블링컨 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하는 계기로 동맹국인 한국을 찾는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을 차기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내며 ‘아시아 중심 정책(Pivot to Asia)’을 설계한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2021년부터 인태조정관으로 재직하며 한반도 문제와 아시아 정책을 총괄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퇴임으로 공석이 된 국무부 ‘2인자’ 자리가 조만간 채워질 예정이다. 캠벨 부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지명 후 상원 인준을 거쳐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후 한미,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