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동성명,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 제외 수위조절
지정학적 중요한 韓참여 안보·경제 협의체 발족에 긴장
‘경제위기론’ 中, 핵심 파트너국인 한일과 협력 필요성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가 발표된 후 나온 중국의 공식 반응은 한국과 일본보다 미국을 향하면서도 수위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와 달리 한미일 협의체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국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국과의 관계 유지가 필요한 데다 경제난 등 국내 문제가 산적한 중국이 확전을 자제하고 한중일 간 협력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쉬운 것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하반기 다자회의와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 여부가 중국의 전략을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일한(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대만 문제 등으로 중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면서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초점이 미국에 중점을 두면서도, 이 역시 원론적인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왕 대변인은 “우리는 관련 국가에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말고 진영대결을 시도하지 말며 다른 나라의 전략적 안보 이익과 지역 인민의 복지를 희생시켜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과 관련 내용이 포함됐지만 수위조절을 위한 고심의 흔적이 여실히 담겼다.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문구 대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촉구’가 들어갔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제기해 온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기조인데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국내 문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이 확전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며 “절제된 반응을 통해 외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 협력 범위를 인도태평양지역으로 확대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쿼드나 오커스에 견주는 역내 안보협의체의 출범을 알렸다. 핵심은 처음으로 한국이 참여하는 협력체인데다, 경제분야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일 3국 협력체는 오커스, 쿼드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강력한 협력체로 기능하면서 확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긴장될 수밖에 없다. 동북아 안전핀 역할을 하는 한국의 참여는 신(新) 냉전구도 질서 속에서 선명한 외교 방향을 나타냈고, 이는 인태지역 국가들에게도 상징적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3대 무역 파트너 국가가 뭉쳤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4차 산업의 핵심인 AI(인공지능)과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술 원천(미국)과 소재·부품·장비(일본), 제조(한국) 강국이 경제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도 신경쓰이는 지점이다.
더욱이 현재 중국의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과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디폴트(채무불이행) 여파로 부동산·금융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고용시장도 얼어붙어 청년실업률이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7월 청년실업률 발표를 돌연 중단해버렸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일본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갖는 한국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외교적 결례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을 맞이했다. 한국 정부가 싱 대사에 대해 현재까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 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중국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
‘세계 경제 대국’을 지향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여전히 핵심 파트너국인 한국과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은 높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경제문제가 큰 변수인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계기 미국과의 만남을 조율하고, 한중일 정상회의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