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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안 관련 4개 의장성명에 ‘CVID’…냉랭해진 아세안·입지 좁아진 北[종합]
아세안 회의 직전 ICBM 도발…스스로 입지 좁힌 北
4개 의장성명에 모두 처음으로 ‘北억류자 문제’ 포함
北최선희 불참으로 외교력 한계…안광일 언행 자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이어 북핵대표 협의…北압박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사가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대한민국 맞은편에 마련된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사가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대한민국 맞은편에 마련된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소속 외교장관들이 지난해에 이어 17일(현지시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지지가 담긴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ARF 등 4개의 의장성명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와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단호하고 단합된 의지를 표명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의 공동성명에 이어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인 ARF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를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아세안에서의 북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4개의 의장성명은 지난 12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공통적으로 표명했다.

4개의 의장성명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동향이라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들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에 주목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에 대응한 단호하고 단합된 의지를 표명했다.

ARF는 17일 발표한 의장성명에서 “이번 회의는 모든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적 대화를 재개하고 비핵화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모든 관련 당사자 간의 평화적인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은 우선순위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번 회의는 ARF와 같은 아세안 주도 협의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관련 당사자들간의 평화적인 대화에 도움이 되는 분위기를 증진하는 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4개의 의장성명에 모두 인도적 우려로서 우리측의 억류자 문제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에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지난해 ‘환영’(welcome)에서 올해 ‘지지’(support)로 격상했다

올해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2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첫날인 13일에는 미얀마를 제외한 아세안 9개국 외교장관이 공동성명을 통해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및 여타 아세안 주도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루어진 이번 행동에 경악(dismayed)했다”고 밝혔다. 아세안 외교장관 차원의 대북 공동성명은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아세안이 공을 들였던 최선희 북한 외무상 참석이 불발되면서 실망감이 더욱 컸다고 한다. 최근 북한이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고, 지난해 취임한 최 외무상이 본격적인 외교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북한은 2010년대 들어 ARF에 외무상을 참석시키며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했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과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 등 아세안 국가에서 세기의 회담이 펼쳐지면서 ‘평화로운 대화의 장’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2019년부터 대사급을 수석대표로 보냈고 올해에도 최 외무상이 아닌 안광일 주아세안대표부 대사(주인도네시아 대사 겸임)가 참석했다. 안 대사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ARF 각국 대표 환영 리셉션에도 장관급 인사들만 입장이 가능한 장소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는 전적으로 주최측의 결정으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은 인도네시아다.

안 대사는 올해 아세안 무대에서 극도로 언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와 달리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가 치열한 외교를 펼치는 현장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사급의 참석으로 외교력에 한계가 있는 데다 회의 직전 ICBM 도발로 찬물을 끼얹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스스로 좁힌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연이어 담화를 발표하고 대미 공세에 집중했다. 김 부부장은 17일 담화에서 “가상적으로 조미(북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현 미 행정부가 협상탁 위에 올려놓을 보따리라는 것이 ‘CVID’ 따위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라며 “지금에 와서 비핵화라는 말은 실로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아세안 회의 마지막날인 지난 14일에도 ICBM 발사를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위협을 고조시키는 전략으로 고립을 피하려는 모양새지만, 한미일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된 데 이어 오는 20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대면 협의를 한다.

성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협의를 통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고 북한이 실질적인 협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촉구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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