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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징용' 호응 하나 없이…독도·교과서·후쿠시마 전방위로 흔드는 日
한일회담 2주째…尹대통령 발언 우후죽순 보도하는 日
“우리가 일본 언론 통해 회담 얘기 들어야 하나…비극”
강제징용 호응 없이 ‘강제성’ 희석한 교과서 검정 통과
‘연쇄인사’로 뒤숭숭한 외교안보라인…대응력 도마에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2년만의 ‘셔틀외교’ 복원으로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이 2주가 지났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해법안에 대한 호응은 전무한 채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한 발언을 언론을 통해 연일 공개하면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외교적 결례 수준으로 상대국 정상의 발언이 일방적으로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 교체로 뒤숭숭한 한국 정부의 대응력이 도마에 올랐다.

日언론, 尹대통령 발언 우후죽순 보도…대통령실 연일 해명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정상회담 직후 일본 정부 관계자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보도가 쏟아졌다. 한국 정부가 회담 의제로 공개하지 않은 민감한 현안들이다.

일본 언론은 회담 직후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고,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를 완화해달라”고 말했으며, 독도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20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나 위안부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해제 요청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밝혀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 언론을 통해 전방위로 쏟아졌다. 22일에는 마이니치신문은 칼럼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멍게란 단어는 나온 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29일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행된 일한(한일)의원연맹 및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접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통신은 ‘한일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방류를) 이해하려는 것을 피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30일 “후쿠시마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에게 한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기금으로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없다는 비판 여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독도 영유권 문제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수입규제 조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상대국 언론을 통해 연일 흘러나오면서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외교적 결례 수준 보도…“일본 언론 통해 회담 얘기 들어야 하나”

양국이 합의한 정상회담 결과 이외에 합의되지 않는 정상 발언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 수준이다. 대통령실이 초기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오염수는 관련해서 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대부분의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하며 ‘오보’라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현지 언론이 같은 보도를 계속하고 있고, 상대국이 결례를 범하면서까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발언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정확한 발언 내용을 밝히지 않아 정치적 부담을 온전히 우리 측이 갖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다.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인 윤재갑 의원은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일본 교도통신을 통해서 정상회담에서 오고 간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비극”이라며 “정상회담 내용을 다 파악하겠다는 건 아니고 민감한 문제, 우리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야당 수뇌부한테 정도는 설명을 지금까지 했던 게 관례”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전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저지를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해양수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
“日 호응할 것” 기대했으나…뒤숭숭한 외교안보라인 대응 도마

대통령실이 일본 정치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정상회담 이후 대응을 위한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철회까지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국민담화 성격의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올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 12일 만에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희석시키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가운데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의전·외교비서관 등 실무진의 경질성 인사와 관련해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 후속조치는 물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준비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의 환심을 사자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에서는 독도 문제도 윤석열 정권 임기 내에 자신들의 의도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한다”며 “더 이상의 외교 실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야당과 협의하고 초당적 역량을 모아서 국익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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