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재정부분, 기술협력만큼 중요”
“우크라 복구 韓·폴란드 시너지 가능”
마그달레나 제치코브스카 폴란드 재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마그달레나 제치코브스카 폴란드 재무부 장관은 헤럴드경제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방산 분야 협력을 뛰어넘는 미래 먹거리 분야까지 폭넓은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특히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재건사업에 있어서 한국과 폴란드의 협력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터뷰는 제치코브스카 장관이 방한 중이었던 17일 서울에서 진행됐다.
방한 기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 경제·금융계 주요 인사를 두루 만난 제치코브스카 장관은 방한 목적에 대해 “향후 양국 간 경제·방산협력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며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대화와 방산 분야에서 한국 측의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제치코브스카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그리고 다연장로켓 천무 1차 이행계약까지 올해 들어서만 124억달러(약 17조6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K-방산’의 큰손으로 떠오른 상태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한국을 방문하는 제치코브스카 장관에게 각별한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 제치코브스카 장관은 “한국과 폴란드가 이미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양국의 이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금융·재정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하다는 게 폴란드의 입장”이라며 “두다 대통령으로부터 국방과 방산 분야 협력에 있어서 한국 금융기관이 하는 일은 양국 모두에 중요하므로 신뢰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당부의 말을 듣고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방한의 주목적은 국방과 방산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향후 폴란드에서 무기체계 생산이 이뤄지고 추가 협력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업규모가 큰 방산 분야의 수출입의 경우 다른 국가들도 국책은행 등을 통한 수출 금융프로그램을 활용하곤 한다. 앞서 한국산 무기체계를 도입한 이집트 등도 한국수출입은행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치코브스카 장관은 “한국의 무기체계는 유럽시장에서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폴란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무기체계를 보고 있는데, 폴란드가 유럽시장에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을 통해 한국의 방산 노하우를 익히는 동시에 K-방산이 유럽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폴란드가 현지 생산공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그달레나 제치코브스카 폴란드 재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
이와 함께 제치코브스카 장관은 한국과 폴란드 양국 간 전반적인 협력 확대 구상도 밝혔다. 그는 “방위산업 외에도 양국이 완벽하게 협력할 수 있는 다른 분야는 그린에너지와 폴란드의 디지털사업”이라며 “한국은 원자력 등 많은 분야에서 기술과 노하우 수준이 크게 높은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폴란드는 동유럽과 북유럽·남유럽의 중간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도로를 짓고 공항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과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유럽 내 해외건설 수주액 1위를 차지할 만큼 신흥 인프라 건설 강국으로 떠올랐다.
한국도 폴란드 토목건설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전체 사업규모가 약 10조원(74억유로)에 달하는 신공항 프로젝트를 비롯해 고속철도사업과 비세그라드 그룹(V4·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철도망 연결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한 해 한국기업의 투자액은 2조5000억원(약 19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치코브스카 장관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 한국과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전후 재건 및 복구사업과 서구화 사업에 있어서도 한국의 기술력과 폴란드의 우크라이나와의 친밀도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체계를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후원군 역할을 수행 중이다. 또 우크라이나 측과 향후 전후 재건 및 복구 과정에 있어서도 협업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과 폴란드 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면서 “한국 무기체계가 폴란드에 판매된 것처럼 폴란드 상품이 한국에 판매되고 현재 논의 중인 직항 항공편 확대도 이른 시일 내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