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중토위원장 겸직하며 “與 공약 사업” 강조
박성민 의원 “법적 근거 없이 사유지 빼앗아” 지적
지난해 10월 국토부가 중토위 재결정보시스템(LTIS)에 입력한 '고파도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의 사업목적 및 내용. [박성민 의원실 제공]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업 내용을 변조해 민간 토지를 편법으로 강제수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중앙토지수용위원장을 겸직하며 충남도지사와 서산시장의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 사실상 위원회의 동의를 압박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와 중토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토부는 충남 서산시 '고파도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위해 사업 목적을 ‘갯벌 복원 사업’이 아닌 방조(防潮) 사업으로 변경해 민간 토지를 강제 수용하도록 했다.
정부가 민간토지를 강제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업이 토지보상법 제4조의 ‘공익사업’에 해당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공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수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서산시는 지난해 8월 작성한 ‘토지 수용을 위한 사업인정 신청 계획’ 문건에서 “복원사업은 공익사업 범주 미 대상으로 사유지에 대한 협의 취득이 성립하지 않으면 (강제) 수용이 불가하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인허가 기관인 국토부는 강제수용을 위해 해당 사업을 ‘갯벌 복원사업’이 아닌 ‘방조ᆞ사방ᆞ제방ᆞ호안ᆞ교량ᆞ응급의료전용 헬기장’으로 변경해 중토위 재결정보시스템(LTIS)에 제출했다. 해당 사업은 갯벌 복원사업이 전체 토지 이용계획의 91%에 달하고 방조 사업은 2.1%에 불과하다. 바다 복원사업을 바닷물을 막는 방조 사업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지난해 10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발송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협의 요청서. 사업의 시급성을 언급하며 충남도와 서산시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박성민 의원실 제공] |
결국 중토위는 국토부가 등록한 내용을 근거로 지난해 11월 토지 강제수용에 동의했다. 그러나 중토위의 동의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을 편법으로 변경한 국토부의 수장이 중토위원장을 겸임하며 사실상 사업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장관은 지난 10월 중토위에 강제수용을 위한 협의 요청서를 보내며 “해당 사업은 해양수산부 정책 과제이자 충남도, 서산시의 핵심 공약”이라는 설명을 첨부했다. 여당 소속인 국토부 장관의 요청서가 중토위 입장에서는 강제수용에 동의해달라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해당 사업은 ‘가로림만 국가 해양정원 조성 사업’의 핵심 세부사업으로, 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충남 지역 핵심 공약으로 이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국토부가 문 대통령과 여당의 핵심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 내용을 변조하면서까지 토지 강제수용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게 되면 앞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공약사업이면 법적 근거도 없이 얼마든지 사유지를 빼앗게 될 것”이라며 국토부 장관이 중토위 위원장을 겸직하는 현행법도 개정해 사유지 강제수용 시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이뤄지도록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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