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도 부정적…“北으로 보내야” 논란
“직접 협상까지 했는데”…靑 내부 ‘실망’
北까지 “도발” 비난…정부는 “고심 중”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홍범도 장군의 동상. [국방홍보원 제공] |
[헤럴드경제=강문규·유오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맞아 추진 의지를 밝혔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이 코로나19 확산과 현지 반발로 좌초 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목표였던 8월 내 봉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연내 성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청와대가 직접 나섰던 사업이라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남북 관계 위기 속에 북한까지 유해 봉환에 반발하고 나서자, 직접 협상단을 파견해 현지 고려인(한국인 동포)들과 협상에 나섰던 청와대는 고심에 빠졌다. .
2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최근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있는 카자흐스탄 정부에 오는 8월께 봉환식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양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발목을 잡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장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8월 봉환이 어렵게 됐다"며 "국내에서 준비는 모두 마쳤지만, 카자흐로 이동했을 때 관련 인원이 모두 자가격리를 거쳐야 하는 상황 등이 겹치며 아직 후속 봉환 일자를 논의하지도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현지 고려인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애초 현지 고려인들 사이에서는 북한으로 유해를 봉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더 강했었다”며 “한국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였고, 계속된 설득으로 현지 고려인들도 어렵게 합의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일정이 늦어지는 사이 북송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힘을 얻고 있고, 북한도 호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추진 상황을 보고받으며 관심을 쏟아온 문 대통령은 깊은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직접 관련 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관심을 보여온 사안”이라고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지난 2월 이례적으로 청와대에서 직접 카자흐를 방문, 현지 정부, 고려인협회 등과 협의를 주도했다. 파묘 후 유해를 이관했다는 내용의 비석 설치, 장례 의식 같은 세부 사항까지 모두 직접 논의할 정도였다”며 “당시 고려인협회에서 ‘장군의 유해가 한국으로 봉환될 경우, 현지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나타내자 청와대에서 봉환 후 기념관 건립 등의 방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의 반발도 문제다. 북한은 전날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카자흐 정부도 북남 통일 이후에 홍범도의 유해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남조선 당국의 책동은 조상 전래 풍습도 국제관례도 무시한 반인륜적 행위이며 또 하나의 도발"이라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홍범도 장군은 평양 출생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활약하며 봉오동 전투 승리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장군은 이후 연해주에서 살다가 당시 소련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이주, 1943년 사망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고향인 평양으로 봉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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