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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전선의 현장

5일 이른 아침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지하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가면서 전과 다른 경험을 했다. 계단 끝에서 철문을 열고 건물로 진입해야 하는데, 이날 아침에는 철문이 그냥 열려 있었다. ‘고정문’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어 영원히 고정돼 있을 줄로만 알았던 한쪽 문이 완전히 개방돼 있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전날 뉴스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문 손잡이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한 전문가의 코멘트가 떠올랐다. 설마 군 당국에서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서 문을 열어놓은 것일까 생각하는 찰나 검색대를 통과하는 기자에게 군인이 다가와서 체온을 잰다. 며칠 전부터 국방부 청사를 출입하는 인원 전원을 대상으로 이들은 체온을 재고 있다. 그제서야 문들이 모두 활짝 열린 사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서였다. 문 손잡이를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니 말이다. 그래서 문이 이른 아침부터 개방돼 있었던 것이다.

지나가는 당국자 는 “어제 밤에 A병장이 양성 판정이 날까 봐 조마조마했다”는 말을 꺼낸다. ‘문이 모두 열려 있다’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문을 열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근무자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목격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3명의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사무실과 브리핑룸 등 전역을 청소하고 있다. 전에는 보지 못한 풍경이다. 이때쯤 전날 유튜브를 통해 본 영상이 떠올랐다. 한국 정부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다룬 동영상으로, 이를 칭찬하는 댓글이 줄이었던 것이다.

한 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면서부터 찍은 이 영상에는 공항 관계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청소하고 소독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세계 각국 시청자들은 ‘우리도 한국처럼 저렇게 해야 한다’는 류의 댓글들을 이어 달고 있었다. 우리에겐 한참 미진해 보여도 어떤 나라 사람들에겐 부러울 수도 있겠거니 싶다.

지난 4일 중국에 다녀온 후 발열 증세를 보인 A병장이 ‘음성’으로 판정되면서 군부대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여전히 0명이다.

A병장 소속 부대는 A병장의 중국 여행 사실을 파악하고, 부대 복귀 즉시 단독 격리해 A병장과 접촉한 병사는 없다고 한다. A병장 소속 부대는 A병장이 비록 음성 판정을 받았어도 잠복기를 고려해 6일까지 격리할 방침이다.

열린 문들, 체온 측정, 분주한 청소 장면 위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반드시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역설하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정부의 전염병 대응에 대해 지적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장의 한 명 한 명이 ‘정부 이상의 정부’ ‘정부보다 나은 정부’가 되고 있다. 정부 대응에는 날카로운 비판과 감시의 눈을 떼치 않되, 방역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겐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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