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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미군기지 韓노조 "저희는 잘 견뎌낼 테니까, 떳떳하게 협상해달라"
-주한미군 "4월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방위비협상 난항에 한국인 볼모로 삼아
-무급휴직 길어지면 감원 사태로 확대
-노조 "우린 한국인…안보 위해 일하겠다"
서울 주한 미국 대사관 출입구에서 차량에 대한 검색을 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주한미군사령부가 한미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주한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하며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미군기지의 한국인 근로자들을 볼모로 삼은 것이다.

주한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로서는 생계가 걸린 중차대한 국면이다. 그런데 이들이 "우린 잘 견딜테니 정부가 떳떳하게 방위비 협상에 나서달라"는 입장을 밝혀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29일 오전 주한미군사령부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2019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추후 공백 상태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음에 따라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4월 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60일 전에 사전 통보한 것은 무급휴직 예고를 2달 전 미리 통지해야 하는 미국 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위금 분담금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발생할 잠정적 무급휴직에 관해 2019년 10월 1일, 전국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에 6개월 전 사전 통보하였으며 이와 관련된 추가 통보 일정도 제공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9일과 30일 양일간 90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60일 전 사전 통보와 관련한 투명 정보 제공 및 질의응답을 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설명회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모든 한국인 직원들은 1월 31일 이전에 잠정적인 무급휴직에 대한 공지문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한국인 직원들의 고용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와 임금을 지불하는데 드는 자금을 곧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은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 미군기지 내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을 부담하는데 사용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런 비용이 모두 동결되는 셈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난항에 한국인 직원 볼모로 삼아=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는 관련 규정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에서 75%, 미국 정부 예산에서 25%씩 지급돼 왔다. 1~3월까지 미국 정부 예산분이 소진되면 한국인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불할 수 없다는 게 주한미군 측 입장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측은 지난 5년간 매년 약 9000억원~1조원을 내던 한국에 내년부터 1년에 6조원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항목에 더해 한미연합훈련에 투입되는 최첨단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부담하라고 하는 등 한국이 부담해야 할 새 항목을 추가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증액 규모가 결정돼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하고 있고, 미국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협상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언해 온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분담금 인상 '드라이브'를 미 정부 당국자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미 CNN은 미 의회 보좌관과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 금액을 50억달러(약 5조7900억원)로 올렸다"며 국무부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이 금액을 내리려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당국자들은 이를 47억달러(5조4400억원)로 내리도록 겨우 설득했는데, 이 금액조차 난데없이 등장해 당국자들이 여러 근거를 동원해 금액을 정당화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 당국자들은 한국 분담금 인상을 위해 오물처리 등 일상적인 항목부터 군사대비태세 등의 항목까지 범위를 넓혔다고 해당 의회 보좌관은 전했다. 금액을 높여 부른 뒤 나중에 인상 근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려면 인상에 합당한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약 1조원을 부담하던 한국에게 내년부터 6조원 가량을 청구하려면 이를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분담금은 한국 경제로 되돌아간다"며 증액을 재차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한국이 미군 주둔 비용의 3분의 1만 부담한다면서 방위비를 높이라고 촉구하는 글을 WSJ에 기고했다.

과거 미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은 2조원이고, 한국과 미국은 반반씩 각각 1조원을 부담한다고 수 차례 설명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전략을 수정하면서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은 3조원이라고 주먹구구로 높인 셈이다.

미 당국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태도에 이어 이번엔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들먹이며 또 한 번 거센 드라이브를 걸었다.

주한미군사령부로서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무급휴직과 감원을 운운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정부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방위비 협상에서 결국 수조원대를 더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과거 미국계 자동차 회사 한국GM이 한국 철수를 운운하며 한국 정부가 수천억원의 지원금을 내도록 압박하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美, 방위비 협상 유리하게 이끌려 압박…한국인 직원들 "우리는 한국인, 떳떳하게 협상해달라"=그러나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근로자 노조가 담담한 태도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손지오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근로자 노조 사무국장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한미군이 무급 휴직을 결정해도 한국인 근로자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계속 출근하겠다고 밝혔다.

손 사무국장은 "전국에 약 1만2500명 정도의 한국인 직원들이 주한미군기지에 근무하고 있고, 이들은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만약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않아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한다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진다. 군인과 군무원들이 일을 안 하면 안보 공백 상황이 벌어진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주한미군기지 직원이기 이전에 한국인"이라며 "우리가 일을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업무는 마비될 것이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 생계보다는 나라가 먼저다'라는 생각으로 (무급휴직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 "저희들의 생계를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면서 "저희는 저희들에 대한 걱정이 협상의 결과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 저희는 잘 견뎌낼 테니까, 협상단은 우리 걱정 하지 마시고 떳떳한 자세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협상의 결과를 만들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말을 맺었다.

한편, 미군은 한국 정부가 낸 방위비 분담금을 다 쓰지 않고 1조원 이상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 당국이 이 돈을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로 지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울러 미 당국은 무급휴직에 이어 감원도 예고하고 있다. 무급휴직은 최대 30일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30일의 기간이 지나면 그 이후 한국인 근로자들은 일시적인 감원 상태로 전환된다.

손 사무국장은 "현재 30일간의 무급휴직 기간 이후에 누구가 일할 것인가에 대한 직원 전수조사가 지금 진행 중"이라면서 "실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을 보면 매우 불안한 상태인 건 맞다. (만약 감원 사태로까지 가게 된다면) 저희는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단체 행동을 하거나 하면 해고된다. 실질적인 방법은 사실 없다"고 덧붙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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