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결국 합의문에 명시 안돼
-북미, 신뢰ㆍ대화 바탕으로 한 비핵화-체제보장 해결 합의
[헤럴드경제(싱가포르)=문재연 기자]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지속된 적대관계를 뒤로 하고 비핵화 및 체제보장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서명식에서 “굉장히 기쁘다. 이 문서는 굉장히 포괄적인 문서이며, 아주 좋은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합의문에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 및 이행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아울러 ▷북미간 평화 및 번영을 위한 의지를 확인하고 ▷북미간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공동노력 ▷판문점 선언에 따른 완전한 비핵화 이행 ▷ 북한에서 6ㆍ25전쟁 중 실종 및 전사한 미군 유해발굴을 위한 양국 협력(POW/MIA) 원칙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한국시각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에서 추첨된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프로세스의 ‘개시’를 알리는 북미 정상간 첫 합의문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정상급’에서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에 대화를 계속하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군사적 해법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통해서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한 합의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 실무협상단은 한반도에서의 ‘CVID’에는 동의했으나, 합의문에 ‘북한의 CVID’를 명문화하는 것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 이행 및 체제보장에 대한 북미 협상은 향후 정상회담 및 고위급 회담을 통해 더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상견례’(get-to-know)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기 전 관계개선 및 신뢰구축에 나섬으로써 북한이 얻을 수 있는 ‘당근’(인센티브)가 무엇인지 제시한 행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날 단독회담과 확대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새 공조를 강조하며 협력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며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동안 북미 간 합의는 양국 간 자존심 싸움으로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결렬을 반복해왔다. 북한은 먼저 약속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굴복으로 여겼고, 미국도 북한이 핵으로 협박하고 있는 상태에서 먼저 약속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상대방에 대한 굴복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날 북미 정상은 그동안의 과거를 뒤로 하고 새 관계구축에 나서기 위한 ‘결단’을 내리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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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