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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게이트에 빛바랜 ‘특임공관장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베트남에 이어 미얀마 대사 임명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정 전문성을 고려해 재외공관장을 임명하는 ‘특임공관장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권자인 청와대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최순실, 특임공관장제 이용해 대사 인사 개입…유 대사 “최 씨 추천으로 대사임명”=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유재경(58) 주미얀마 대사는 31일 최 씨의 추천으로 대사에 임명됐다고 인정했다. 박영수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 대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 씨의 천거에 따라 유 대사를 임명했을 개연성이 제기된 것이다. 특검팀은 유 대사가 2014년 말 삼성전기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같은 회사의 자문역으로 근무한 점을 들어 “최 씨와 삼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도 확인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유 대사는 청와대가 특임공관장에 추천한 인물이다. 지난해 김재천 주호치민 한국 영사가 실명을 걸고 인선의혹 대상자로 지목한 전대주 전 베트남 대사도 마찬가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외교부는 최 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상태에서 두 대사를 특임공관장에서 배제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현재까지 총 30명의 특임공관장을 임명했다. 이 중에서도 ‘최순실게이트’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유 대사와 전 전 대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2명뿐인 기업인 출신 특임공관장이다. 전 전 대사는 LG비나케피탈 법인법인장과 호치민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에 역임했다. 두 인사의 임명시기는 달랐지만 두 대사 모두 발탁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2013년 6월 베트남 대사에 임명된 전 전 대사는 최순득 씨의 아들 장승호 씨의 호치민 유치원 사업에 도움을 준 덕분에 대사가 된 의혹에 시달렸다. 김재천 영사는 외교부가 외교 업무와 관련된 경험이 전무한 민간인 출신 전 전 대사를 임명할 때 그의 이력서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퇴임한 전 전 대사는 이와 관련해 “나는 최순실 씨 자매를 모른다. 그리고 내가 대사에 임명된 과정도 알지 못한다”면서 “장승호 씨와는 단지 안면이 있는 정도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유 대사도 인선의혹에 시달렸다. 당시 외교계에서는 이백순 전 미얀마 대사의 후임으로 다른 사람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유 대사는 상파울루 사무소장(과장)과 유럽판매 법인장(상무)를 지낸 ‘유럽전문가’였다. 미얀마에 가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례적이었다.

▶막강 권력, 대통령 인사권…전문성 잃고 ‘정치성’ 얻은 특임공관장제=특임공관장제를 둘러싼 타당성 논란은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외교부가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국민의당ㆍ광주 동남을)에 제출한 ‘각 정부별 특임공관장 임명현황’에 따르면 1993년부터 현재까지 임명된 특임공관장은 총 134명이다. 이 중 비외교관 출신은 118명으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비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의 수는 김영삼 정부 13명, 김대중 정부 19명, 노무현 정부 34명, 이명박 정부 38명, 박근혜 정부 30명(2013~2016년)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학등급을 소지하지 않은 특임공관장을 다수 임용하고 자신의 대선캠프를 도운 인사들을 특임대사로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임명했던 특임공관장 중 다수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 인사들이 많았다.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성추문에 휘말려 해임된 김정기 전 주상하이 총영사는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었다. 김재주 전 주LA 총영사도 BBK 네거티브 대책단 해외팀장으로 활동했다. 김석기 전 오사카 총영사는 2009년 용산참사로 서울경찰청장을 사퇴한 뒤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됐다. 김중수 전 OECD대사도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었다.

최순실게이트 전말이 드러나기 전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특임공관장 임명도 정치적인 성격이 짙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비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의 경력을 보면 국회의원(권영세ㆍ구상찬, 유흥수, 김장수), 청와대 출신(이병기, 김장수, 모철민, 윤종원), 새누리당 당직자(백기엽) 등이 있다.

정부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외교부에서도 2004년 비외무 공무원 출신의 특임 공관장에 대한 외교부 검증절차를 마련하는 등 나름의 ‘거름장치’를 마련해 왔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인과 같은 민간의 경우에도 외교부 절차에 따라 검증이 이뤄지기는 하는데 대통령과의 이해관계까지 잡아내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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