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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 8ㆍ25 체제…南 “北 체면 구겨” VS 北 “유감은 문병”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과 서부전선 포격전으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을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일단 해소하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남북은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쟁점이었던 북한의 DMZ 지뢰폭발 유감표명에 대해 “북한의 사과”와 “안됐다는 표현” 식으로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핵심쟁점에서부터 벌어진 남북의 이 같은 간격은 8ㆍ25 고위급접촉의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위급접촉 타결 이후 잦아드는듯했던 남북의 설전도 점차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북한은 2일 ‘남조선 당국은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의 개선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긴 제목의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접촉에 나섰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담화는 먼저 박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로 지칭하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북한의 지뢰도발과 포격으로부터 촉발됐다고 지적한 발언을 비판했다.

김 실장과 홍 장관이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사과를 받아낸 첫 사례라고 한데 대해서도 “당치않은 궤변”이라고 반박하면서 “특히 접촉당사자들이 자기 발언에 신중성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담화는 특히 공동보도문 2항에서 “북측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명시한데 대해 “한마디로 ‘유감’이란 ‘그렇게 당해서 안됐습니다’하는 식의 표현에 불과하다”면서 “남조선의 한 어학전문가는 ‘유감표명’은 사실상 ‘문병을 한셈’이라고 그 문구가 내포하고 있는 뜻을 명백히 찍어 밝혔다”고 강조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이날 “공동보도문에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표명과 관련된 문항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답”이라면서 “국제적인 관례나, 남북간 대화해온 경험으로 볼 때 유감표명이 왜 들어갔느냐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그것이 북쪽에 주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 것과 상당한 간극이 있다.

남북은 8ㆍ25합의 이후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둘러싸고도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고위급접촉 이후에도 사실상 남북간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며 이른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속내야 어찌됐든 표면적으로는 속도를 올려야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담화는 “‘과속’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야말로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의 심술궂은 못된 속내의 발로”라면서 “나라의 통일을 위하고 민족의 평화를 위하는 일은 앞당길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8ㆍ25 고위급접촉 타결 이후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측 군 인사들의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지난달 31일 보도된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합의로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10월에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라는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합의 후 오히려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남북관계가 모처럼 개선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중앙부처 차관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앞서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은 공개학술회의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를 보일 경우 사실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겨냥한 ‘핵사용 승인권자’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개념을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고위급접촉에 나섰던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최근 방북한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에게 “어떻게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남측 군부에서 ‘참형’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가는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화해협력 계기를 만들었는데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지난번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 모두 보다 주의 깊은 언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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