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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753일 최장수 부임 윤병세 장관, 내부 신뢰 얻었지만 국민 신뢰는…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국민이 행복하고 신뢰받는 외교를 구현해보겠다는 열정을 한시라도 가슴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한다.”

2013년 3월 11일. 윤병세 외교장관은 취임사에서 ‘신뢰 외교’를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이 취임사를 직접 작성했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신뢰 외교다. 윤 장관의 연설ㆍ기고집 제목이 ‘신뢰 외교’일 정도다.

그로부터 753일. 윤 장관은 현 정권 최장수 장관이다. 유례없는 인사 폭풍 속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그가 최근 도마위에 올랐다.

외교적 성과를 자찬하면서 각종 비판에 비판으로 응수한 ‘작심 발언’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됐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0일 재외공관장회의 개회사에서 나왔다. 실제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논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장관은 다소 빠르지만 차분한 어투로 개회사를 읽어갔다. 윤 장관은 “한국을 샌드위치 신세로 표현하는 패배주의적ㆍ자기비하적ㆍ사대주의적 시각에서 당당하라”,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 받는 상황은 딜레마가 아니라 축복”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현장에선 오히려 힘찬 격려가 오갔다. 공관장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고, 발언이 끝나자 박수로 화답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해 활동하는 외교관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고, 그들을 격려하고픈 윤 장관의 의도는 적중했다. 현장에선 말이다.

간과한 건 국민의 신뢰다. 이 같은 발언이 몰고 온 논란은 정부와 국민 간 외교적 성과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논란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는 걸 ‘축복’이라 표현한 데에 여론은 반발했다.

시기도 나빴다. AIIB, 사드 배치로 전 국민이 외교ㆍ안보 분야에 관심이 쏠렸을 때다. 국익 계산에 민감한 시기에 납득할만한 근거는 외교적 사안이란 근거로 비공개하면서 무작정 축복이라 평가하는 데에 여론은 등을 돌렸다.

윤 장관은 일벌레로 유명하다. 각종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고, 밤낮없이 수시로 전화해 현안을 물어보는 탓에 직원들은 새벽에도 전화기를 놓지 못한다고 한다. 윤 장관뿐 아니다. 외교부의 노력 자체를 헐뜯는 국민은 없다.

다만, 그 노력을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만큼 알렸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 신뢰를 얻는 외교, 윤 장관이 직접 언급한 초심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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