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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 도발하면 그곳이 바로 무덤”
-“취재가 끝나도 해군의 영해수호는 계속된다”
-천안함 피격 5주기 이틀 앞두고 서해 해상기동훈련에 동승 취재
-함정 10여척 고난이도 전투배치 및 기동훈련 전개
-“명중 또 명중시키고…끝까지 싸우고 반드시 승리하겠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24일 오후 2시30분.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인 신성함(1000t급) 함교에서 최지훈 함장(해사 50기·중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장병들의 복창이 뒤따른다.

신성함 110여명의 장병들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곧바로 주포인 76㎜함포와 40㎜함포가 가상의 적을 향해 우레같은 소리와 함께 불을 토해낸다.

천안함 피격사건 5주기를 이틀 앞둔 24일 서해상에서 펼쳐진 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한국형 구축함(DDH-I) 을지문덕함(3200t급)과 신형호위함(FFG) 인천함(2500t급), 호위함(FFG) 청주함(1800t급)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본부]

해군이 천안함 피격 5주기를 이틀 앞두고 대비태세 강화와 정신무장을 위해 실시한 서해 해상기동훈련에 참여한 장병들의 눈빛에서는 결기를 넘어선 독기마저 느껴졌다.

이날 훈련에는 신성함뿐 아니라 한국형 구축함 을지문덕함(3200t급)과 신형호위함 인천함(2500t급), 호위함 청주함(1800t급), 유도탄고속함 한상국함(400t급), 그리고 고속정 등 10여척의 함정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형 구축함(DDH-I) 을지문덕함(3200t급)이 공중표적을 향해 127㎜ 함포로 대공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본부]

국방부 기자단은 이날 신성함과 청주함에 동승해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른 아침 평택 2함대에서 출발한 신성함과 청주함은 4시간여 동안 서해 바다를 달려 을지문덕함 등과 만나 함대를 형성한 뒤 태안 서방 90㎞ 해상에 도달했다.

10여척의 함정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채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진형을 바꿔가며 고난이도의 전투배치 및 기동훈련을 전개했다.

이어 대공훈련을 시작으로 사격훈련이 진행됐다. 

천안함 피격사건 5주기 상기 서해 해상기동훈련을 실시중인 장병들이 사격명령에 따라 76㎜ 함포를 장탄중이다. [사진제공=해군본부]

공중 표적을 향해 각 함정의 76㎜함포와 40㎜함포가 불을 토할 때에는 꽃샘추위와 함께 찾아온 강풍도 숨을 멈추는 듯 했다.

함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기자단이 올라 탄 신성함과 청주함 선체가 기우뚱하며 크게 선회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른 함정들과 함께 어우러져 대잠진형을 갖췄다.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함장의 명령과 장병들의 복창이 또 한번 이어지면서 적 잠수함을 겨냥한 폭뢰가 투하되고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물기둥이 치솟았다.

마지막 대함 사격훈련 때에는 을지문덕함의 127㎜ 함포를 비롯해 각 함정의 76㎜함포와 40㎜함포가 다시 한번 화염을 내뿜었다.

천안함 피격사건 5주기 상기 서해 해상기동훈련을 실시중인 장병들이 사격명령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본부]

천안함 피격 당시 사망한 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기탁한 아들의 사망보험금과 성금으로 2함대 초계함에 2정씩 장착된 ‘3·26 기관총’으로 불리는 K-6도 힘을 보탰다.

3·26 기관총 사수인 양만석(31) 중사는 “적이 도발하면 그동안 훈련한대로 적함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겠다”며 “우리는 준비돼있고, 내 손으로 반드시 명중시키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46용사가 피로써 지킨 서해 바다 사수의 의지는 최신예 함정과 무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비장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로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장병들에게서는 한층 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23개월의 군 복무 기간중 6개월의 함정근무를 마치고 지상근무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함정에 남겠다고 지원해 ‘서해수호자’가 된 정진교(22) 일병은 “천안함 46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본받아 적이 도발하면 가차 없이 그곳을 무덤으로 만들겠다”면서 “끝까지 싸우겠으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 일병은 함정근무가 적성에 맞기도 했지만 젊음을 바쳐 서해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로 동기들과 함께 ‘서해수호자’에 지원했다고 한다.

서해 수호의 의지에는 위아래가 따로 없다.

2002년 북한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서해에서 전사한 고속정 참수리357호의 정장이었던 故 윤영하 소령과 해군사관학교 동기인 최지훈 신성함 함장은 “전우들의 한을 반드시 풀어주겠다는 각오로 천번, 만번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교육훈련에 매진해 왔다”면서 “전우들이 피 흘려 지켜온 이 바다를 사수하고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적이 도발하면 적함을 침몰시키고, 적을 처절하게 응징해 박살냄으로써 일전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동틀 무렵 출항했던 기자단은 서해 바다에 노을이 비낄 무렵 고속정으로 갈아타고 평택항으로 복귀했다.

기자단이 동승했던 신성함과 청주함을 비롯해 훈련에 참가했던 함정들과 해군 장병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서해 바다위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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