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일본 방위정책의 큰 줄기를 제시하는 방위백서가 10년째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정부는 “독도 침탈과정에서 일본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라”며 대응에 나섰다.
일본 방위성은 5일 발간한 2014년판 방위백서의 ‘우리나라(일본) 주변의 안전보장 환경’ 개관에서 “우리나라 고유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 4개섬의 일본식 명칭)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며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또다시 실었다. 방공식별구역 관련 지도에는 독도의 상공을 일본 영공으로 표시하고 합의되지도 않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선을 표시했다.
이로써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3차 내각 당시인 2005년도 방위 백서에서 독도를 고유영토로 처음 규정한 이후 10년째 부당한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방위백서는 북한, 중국 등 주변국 정세와 국제 정치 환경 등을 정리하고 일본의 안보 전략과 대응 태세를 총망라한 책자다. 이같은 방위백서에 독도를 자국의 고유영토로 표기한 것은 언제든지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지역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시마네 현에 독도를 강제 편입시킨 지 100년이 되는 2005년부터 이같은 억지 주장을 방위백서에 담기 시작했다. 시마네 현 의회는 2005년 3월,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동해 한 가운데 있는 독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닫고 시마네 현에 강제 편입한 해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엄연히 우리 땅”이라며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최초로 희생된 독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과거 침탈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한일 양국관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자면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계속하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상덕 동북아국장이 주한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 대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담은 구술서를 전달했다.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를 영토 문제가 아닌 역사 문제로 규정하고 일본의 도발에 대처하고 있다. 분쟁 상황을 전제로 한 영유권 문제로 접근할 경우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효지배를 강조하는 것 역시 이미 분쟁이 벌어졌음을 가정하고 영유권을 따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독도를 역사 문제의 연장선 상에서 다루면 일본의 억지 주장이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는 전략적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도 가능성이 적다. 아베 총리는 올해 초 국회에서 “독도 문제를 ICJ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양 당사국이 모두 영토 문제에 대한 ICJ의 판단을 원하지 않는 한 단독 제소는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1965년 한일 협정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가 일본이 ICJ의 보편적 관할권을 인정한 1958년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소급 적용해 제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1952년 ‘이승만 라인’을 선언, 독도가 한국 땅임을 국제사회에 못 박은 바 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