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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도 명분도 모두 놓친 박근혜 표 대일 외교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이번 일본 초등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 발표로 박근혜정부의 대일(對日) 외교가 총제적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한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어쩔 수 없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났지만 이미 정치적 실리를 다 챙긴 아베 총리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몰아가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답했다.

아베 총리는 사전에 치밀하게 박근혜정부를 압박했다. 자민당 총재 보좌역을 맡은 하기우다 고이치 중의원이나 같은 우익 정당인 일본 유신회, NHK 등을 앞세워 고노 담화 수정 가능성을 흘렸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고노 담화는 수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담화가 나오는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 진위여부를 가리겠다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아베 총리 자신은 착한 역을 맡았다. 국회에서 직접 “무라야마ㆍ고노 담화에 대한 이전 내각 입장을 이어나간다는데 변함이 없다”며 그간의 도발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과거사 도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을 뿐 어떤 진전도 없었지만 궁지에 몰린 것은 박 대통령이었다.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정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한일 정상의 화해가 필요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나자며 북핵문제와 핵 비확산 문제에 국한해서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을 열기를 요구했다.

박근혜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진행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어쩔 수 없이 회담을 받아들였지만 아베 정부의 배신은 회담이 끝나자마자 시작됐다. 일본 측은 “국장급 협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이 아니라 양국 현안이 많으니 다 꺼내놓고 얘기하자”고 공공연하게 요구했다. 결국 명백히 우리 땅인 독도 영유권을 따져보자는 얘기였다.

일본 외교의 큰 줄기를 제시하는 외교청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모든 재산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ㆍ경제협력 협정으로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밝힌 이상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 해도 일본이 순순히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결국 우리 정부는 실리도 명분도 못 챙길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문제는 대응이다. 도발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의 규탄 성명과 주한 일본 대사나 정무공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해 왔지만 아베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과거사 왜곡과 독도 침탈 야욕에 대해 각각 “일본의 미래세대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 “한일 관계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고 규탄하고, 조태용 1차관이 벳쇼 고로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하지만 그 이상의 조치는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에선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조차 않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난징 대학살의 참혹함을 직접 말하며 “정상회담을 하려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을 약속하라”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 정도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 엄중한 조치”라고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에 아베 총리가 또 참배하는 등의 도발을 해도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음을 시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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