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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같은 듯 다른 북한의 설 풍경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설 연휴 잘들 보내고 계십니까. 지루하고 힘든 귀성·귀경길에 비까지 내려 짜증도 날법하지만 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새해 소망을 비는 설 명절은 일상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캠프’가 됐을 것입니다.

‘한민족’인 북한의 설 풍경은 어떨까요. 북한 역시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 첫 아침을 맞는 설을 추석, 단오, 한식과 함께 4대 민속명절로 쇠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설에는 전국 곳곳을 선전화(포스터)와 오색기, 축등 등으로 장식하고 평양과 각도 소재지에서는 설날 당일 저녁 불꽃놀이인 대규모 ‘축포발사 행사’를 갖는 등 나름 경축 분위기를 한껏 띄웠습니다.

남한과 달리 고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많아 ‘민족대이동’은 벌어지지 않지만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설 명절 때만큼은 여행증명서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귀성·귀경객들을 위해 대중교통 운행시간도 연장한다고 합니다.

설날 아침에는 새옷을 차려 입고 차례를 지내는데 차례상에는 꼭 떡국을 올리기 때문에 추석 차례와 구별해 ‘떡국차례’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차례를 지낸 다음 친척들과 이웃 어른들을 찾아 세배하는 모습은 우리와 같습니다.

평양에서는 혁명가극과 연극, 음악회, 그리고 서커스 등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지방에서는 주로 민속놀이를 하며 명절을 보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설날 소개한 개성지방의 설 명절 풍습에 따르면, 개성에서는 주민들이 소나무나 학 등의 그림을 벽장이나 병풍에 붙여 명절분위기를 돋구고 어른들은 윷놀이와 장기, 어린이들은 연날리기와 썰매타기, 줄넘기 등을 하면서 명절을 즐긴다고 합니다.

다양한 문화오락서비스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탓이겠지만 얼마 전 우리네 설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입니다.

특히 윳놀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오락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윷놀이는 옛날부터 설 명절 때마다 조선인민들이 즐겨하는 좋은 오락의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처음부터 줄곧 민속명절을 장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1967년 김일성 주석의 “봉건잔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시에 따라 설과 추석, 단오, 한식 등을 폐지했다가 1980년대 ‘조선민족제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삼으면서 민속명절을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민속명절에 대해 노동생활 속에서 휴식을 갖기 위해 농사 일정 속에서 합리적인 날짜를 선택했다고 보면서 봉건사회에서는 계급에 따라 명절을 맞는 감정이 달랐다고 보는 계급적 관점도 남한과 다른 시각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을 비롯해 만수대 언덕과 김일성종합대학, 그리고 원산, 강계, 함흥 등 각 도청 소재지에 세워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 참배하기 위해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은 남북한의 설 풍경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민속명절보다 김일성 생일(4월15일), 김정일 생일(2월16일), 국제노동자절(5월1일), 해방기념일(8월15일), 정권 창건기념일(9월9일),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사회주의 헌법절(12월27일) 등 7대 사회주의명절이 훨씬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은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7대 사회주의명절은 조만간 8대 사회주의명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올해까지는 아직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3대 세습을 구축중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생일인 1월8일이 추가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특식과 선물이 지급되는 날이 하루라도 더 추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남북한의 차이가 그만큼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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