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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약 1만발... 한일 안보, 과거사 분리대응 물꼬틀까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남수단에서 벌어진 내전 상황과 관련, 현지 유엔 남수단 임무단(UNMISS) 소속의 우리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발을 제공받으면서 역사 문제와 안보 협력을 분리해 엉킨 한일 관계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발표된 한빛부대에 대한 자위대의 실탄 제공 결정은 형식 상으로는 우리 정부가 일본에 직접 요구한 것이 아니라 유엔에 협조요청을 하고 유엔이 일본 측에 의향을 타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우리 군이 사용하는 5.56mm 소총탄은 현지 주둔 병력 중 한국과 미국, 일본만 사용하고 있고 미 아프리카사령부가 제공할 수 있는 양이 극히 제한됐다는 점에서 일본으로부터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이미 충분히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빛부대가 주둔하는 보르 지역이 정부군과 반군의 격전지가 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필요한 도움은 받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국 정부 사이에 긴밀한 협의도 이뤄졌다. 일요일인 22일 저녁 실탄 제공 요청을 접수받은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주일 한국 대사관측에 이번 요청이 우리 정부 공식입장인지 물었다. 대사관은 본국의 외교부와 국방부를 거쳐 지원 요청이 정부 방침에 따른 것임을 확인하고 오후 11시께 이하라 국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23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아침에 이와사키 시게루(岩崎茂) 통합막료장 등 자위대와 방위성 간부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열고 지원을 결정했다. 1992년 PKO(유엔평화유지활동) 협력법이 통과된 이후 일본이 타국 군대에 군수물자를 제공한 첫 사례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과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협력이 역사 문제와 안보 협력을 분리함으로써 양국 간 꼬인 관계를 풀 단초가 될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협력이 유엔 주도하에 아프리카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재건을 돕는 PKO 활동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양국이 멋쩍은 손을 내미는데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협력이 아베 총리가 천명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뒷받침할 사례라고 판단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3일 담화를 통해 “긴급한 필요성과 인도적 성격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했다“며 무기수출 3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부는 유엔헌장을 준수하는 평화 국가로서의 기본 이념은 유지하면서 국제 협조주의에 기초한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공헌해 나간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연구위원은 “양국관계가 침체된 상황에 대해 미국 정부도 계속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어차피 북한문제 등으로 안보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사례가 지금까지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투명하게 행사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우리 정부로선 한일관계의 개선 방향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해 공식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한 상황에 의해 떠밀려 가는 것으로 비취질 경우 정치적 부담을 느낄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능동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양국관계에 대한 입장정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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