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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軍, 국민상대 심리전 해서는 안돼”
軍 정치개입 쓴소리…문두식 한국군사학회장
평시에 전면에 나선 건 임무위반
사이버戰 대응 본연의 역할 강화


“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민의 안정과 질서를 위해 복무해야 합니다. 우리 군이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무사령관을 지낸 문두식 한국군사학회장(65ㆍ육사 27기)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 한 마디로 군의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군은 전시나 사변, 내란 등 국가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만 국민과 대면해야 하지, 평상시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등을 이용한 북한의 심리전에 대응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었다”는 일부 군과 국정원의 인식과는 차이가 크다.

문 회장은 “사이버사의 존재 근거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고 전쟁이 벌어졌을 때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 개입 여부를 떠나 평상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펼쳤다는 것은 임무를 잘못 해석했거나 주어진 임무를 위반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이버사의 작전 분야는 북한 정권 및 북한군의 선전 대응과 북한 정권의 체제 붕괴 및 국제 고립 유도, 국외 적대 세력의 북한 연계 활동 저지 등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활동은 포함돼 있지 않다.

문 회장은 “기무사도 그렇지만 군 정보부대나 정보기관의 임무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위법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국민 권익과 연관된 부분은 아주 방어적이고 보수적으로 해석해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그러면서도 4세대 전쟁 수단인 사이버전의 위협을 간과할 수 없고 복잡다단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사이버사의 전문성 등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아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버전은 적의 입장에서는 가장 돈 안 들이고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골치 아픈 전쟁”이라며 “국민 공감대 확보와 국제적 공조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회장은 “사이버사가 보다 은밀하게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 후배들이 정치 개입 의혹이라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데 대해 안타까움과 애정이 묻어나는 조언이었다.

육사 생도 시절을 포함해 기무사령관을 끝으로 군복을 벗기까지 40여년 가까이 군인의 길을 걸었던 문 회장은 예편 뒤에도 원광대 군사학부 석좌교수와 한국군사학회장 등을 맡아 군사 안보 분야에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문 회장은 “한국군사학회장으로서 우수한 논문을 많이 발굴해 좋은 정책으로 반영되도록 해 후배들이 문무겸전하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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