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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통령도 美서 도청했을텐데…정부, 한미동맹 고려 대응수위 고심
국제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35개국 지도자 도청 의혹에 한국 정부도 서서히 빨려들어가고 있다. 주권이 침해당한 명백한 불법행위에 침묵으로 일관할 수도 없지만 한미동맹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응 수위를 잡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여러 국가들이 도청 논란과 관련해 협의를 요구해 왔는데, 한국도 포함돼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한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도청의혹은 2006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이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때로 미국이 한국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을 개연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의 한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도청은 2006년 전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 하원 외교위원회와 윤리위원회, 상원 윤리위원회 청문회 자료 등을 통해 미국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베트남전 파병과 관련된 박 대통령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도청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이 이용한 대통령 전용차가 중앙정보부(CIA) 등 미국 정부가 제공한 차량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대통령 전용차를 이용해 도청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가 10년 이상 장기 감청됐다는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도 미국의 도청 대상에서 예외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정부는 일단 현재 불거지고 있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정부는 이번 의혹이 대단히 엄중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미국에 공식 요구한 사실관계 확인 답변에 따라 정부의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휴대폰 감청 사실이 드러난 독일이나 7000만명 이상 국민들의 전화를 비밀리 녹음한 것으로 확인된 프랑스와 달리 한국에 대한 도·감청 여부는 아직 의혹 수준인 만큼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4개월 전 주미대사관 도청의혹이 불거졌을 때나 지금이나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미 대사관 도청의혹에 대해 지금까지도 사실관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시 함께 도청대상으로 지목된 일본이 즉각적으로 사실 확인을 요구한 것과 달리 초기에는 일종의 ‘폭로’로 치부하는 등 ‘저자세’를 보였다.

정부가 이번에 대통령 도청 의혹에 대해 미국에 사실관계 확인을 공식 요청한 것 역시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조만간 도청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나서자 떠밀리듯이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한국 대통령에 대한 도청이 국민감정상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한미동맹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현재 불거진 의혹에 대해 답변을 회피할 경우 마땅한 대응방안도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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