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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상처 씻은 경제협력 · 사회공헌…향후 20년 로드맵 그리다
경제인 만찬 간담회서 “양국은 사돈의 나라”
베트남쌈 비유하며 경제 동반성장 의지 피력
기업간 사회공헌활동 통한 ‘윈윈전략’ 강조도

양국 정상회담전 호치민 묘소 찾아 헌화
아버지때 월남파병 ‘결자해지 자세’ 앙금털기
역사적 화해 전환점 발판 미래지향적 관계로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호찌민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호찌민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과 총부리를 겨눈 구원(舊怨)이 있는 인물이지만 베트남 독립영웅이다. 베트남 참전을 결정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가원수 자격으로 호찌민 묘소를 찾은 것은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다져나가겠다는 의지를 베트남 국민에게 보여주는 과정이다.

한국의 이전 정부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데 대해 정치적 사과와 화해를 시도했지만 매번 정치적 논란을 불러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8년 베트남 방문 시 쩐득렁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공산당 창건자인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도 찾아 헌화했다. 2001년 답방한 쩐 주석에게 다시 한번 “불행한 전쟁에 참여했다”고 사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4년 국빈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다”며 베트남전 참전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보수진영과 베트남전 참전용사단체는 이 같은 사과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참전의 의미를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박 대통령도 2001년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김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대통령의 역사의식이 우려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스스로 역사적 화해에 나선 것은 그동안 급속히 확대된 경제협력을 고려할 때 과거의 기억이 미래를 향한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양국은 그동안의 경제협력으로 상당부분 아픈 역사를 치유했다. 빵이 이념적인 대결과 아픈 과거를 보상한 셈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 규모는 지난 10년간 연 평균 22.3% 증가해 216억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은 우리의 6위 수출 대상국에 이르렀다. 과거의 적국이 오늘의 경제적 동지가 된 것이다.

사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베트남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 박 전 대통령은 참전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각종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는 ‘브라운각서’를 받아냈고, 1965년부터 1972년까지 10억2200만달러에 달하는 전쟁특수를 얻었다. 1964년에는 1억2000만달러였던 수출이 1972년에는 16억2400만달러로 13.5배 늘어났다. 한국 경제발전 모형의 가장 주요한 특징으로 들어지는 수출주도형 고도성장은 베트남전쟁 없이는 시작될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의 경제적 관계를 향후 20년 동안에는 ‘동반자’의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익을 내서 가져가는 국가가 아니라, 베트남 사회에 공헌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뜻이다.

8일 양국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좌우명인 ‘지벗비엔응번비엔(以不變應萬變ㆍ변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변화하는 것에 대응한다는 뜻)’을 언급하면서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우정과 신뢰가 변치 않는다면 어떤 변화와 도전도 능히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베트남의 대표적 음식인 베트남쌈을 예로 들어 “다양한 재료를 라이스페이퍼가 감싸듯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협력도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며 베트남의 첨단 산업 구조화를 위해 한국이 ‘동반성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참석한 한국 기업인에게는 단순한 경협을 넘어 양국 사회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계 베트남인으로서 사회적 기업 KOTO를 설립한 문용철 씨 등 현지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을 베트남 정재계 관계자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이윤을 얻어내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 같이 윈-윈(win-win)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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