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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원호연 기자> ‘日자민당 대승 기원’ 외교차관의 착각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크게 대승을 거두길 기대한다.”

1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만난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의 입에서 나온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고 싶지 않은 한 마디다. 파장이 커지자 외교부는 양국 관계의 진전을 위해 분위기를 좋게 하려는 덕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의도야 어찌 됐든 그의 한 마디에 국민은 가슴이 무너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끔찍했던 기억에 몸서리칠 위안부 할머니들의 오랜 상처에는 또다시 비수가 꽂혔다.

가뜩이나 일본 우익정치가들의 망언과 망동이 그칠 줄 모르는 요즘이다. 일본 방위백서에서는 9년째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긴다. 김 차관이 대승을 기원했던 자민당의 당수 아베 신조 총리는 “침략은 보는 관점 나름”이라며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김 차관의 뛰어난 정치감각(?)은 인정할 만하다.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은 이미 목전이다. 일본 언론과 전문가도 242명의 참의원 의원 중 절반을 교체하는 21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넘어 헌법 개정 정족수인 3분의 2도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민당도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하다. 벌써부터 자위대에 대한 문민 통제를 해제하고 자위대를 타국 영토에 투사할 수 있는 해병대 전력을 키울 준비를 마쳤다. 아베 총리는 ‘전쟁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평화헌법까지 개정할 기세다. 결국 김 차관은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낸 셈이다.

폭주에 가까운 자민당의 보수ㆍ우익화에 아시아 전역은 물론, 일본 내부의 양심적 세력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까지 이번 선거 결과가 ‘자위대를 보통 국가의 군사력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차관의 직속상관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일본 방문 일정을 출국 직전에 취소했다. 두 나라 정상은 아직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지어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없이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적 말과 행위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라고 했다. 순간의 실언에 지나친 비판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가 최고의 정치적 행위’라고 자부해온 것은 외교부 스스로가 아니던가.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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