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한발짝 빨라졌다.
북한은 지난 1월 23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 사흘 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한국에 대해 강력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이번에는 8일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자마자 조평통 성명을 내놓았다.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이날 성명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는 3월 11일부터 남북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을 전면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 사이의 판문점 연락통로를 폐쇄한다며 직통전화를 단절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남북은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판문점 남북지역에 출근해 통화를 갖고 직통전화가 제대로 가동되는지 확인해왔다.
북한은 이와 함께 안보리 전체회의가 열리기도 전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는 “제2의 조선전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며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 선제타격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7일 새벽 연평도 포격 도발을 야기한 부대가 위치한 서남전선 최전방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부대를 둘러본 뒤,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멸적의 불줄기를 날릴 수 있게 상시적인 전투동원준비를 더욱 빈틈없이 갖추고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현지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구체적인 날짜를 밝힌 것은 드문 일로 이 역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행보가 이처럼 가파라지면서 안보리 결의 채택에 앞서 군 최고사령부를 통해 예고한 대로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외무성 성명이나 조평통 성명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라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서는 김 제1위원장이 찾은 부대와 인접한 서해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제2의 연평도 포격식 도발과 NLL 침범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성명은 “적들이 우리의 영토, 우리의 영공, 우리의 영해를 한치라도 침범하고 한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보복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이 서해통항질서라며 자신들의 영해선으로 규정하고 있는 NLL 인근에서 남북간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그리고 북한이 최근 동·서해에 선박과 항공기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 북한이 다음 주 시작되는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맞춰 강원도 원산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인 국지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선 북한이 도발로 노리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