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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병수> 뽀로로와 ‘평양스타일’
과학기술의 발전을 꾀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 북한 당국의 정책은 나름 진일보한 것이지만 정책의 본질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인터넷의 개방과 소통을 허용해야 한다.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가수 싸이는 월드스타가 되었고 한류문화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한 대외용 인터넷 매체에서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영상물이 게시될 정도라고 하니,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도 강남스타일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싸이를 포함한 가수들이 최근 글로벌 한류문화를 이끄는 것은 사실이나 원조 한류 월드스타는 따로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뽀로로’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월드스타이다. 뽀로로는 아이가 울다가도 멈출 정도로 인기가 많아 일명 ‘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뽀로로가 최근 통일부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뽀로로 개발 당시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제작에 참여했고 뽀로로 1기 52편 중 22편이 북한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뽀로로가 전 세계 12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어린이들에게는 소개되지 못했다. 북한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투입된 점을 고려할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 기술은 나름 상당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뽀로로와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들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 내부용 인트라넷인 ‘광명망’ 등은 근본적으로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며 그나마 소수 권력기관ㆍ단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북한 재외공관원들조차도 제한을 받는다고 하니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인터넷은 ‘그림의 떡’이나 다를 바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김정은 당 제1비서가 인터넷을 통한 과학기술 정보 수집 강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의 발전된 과학기술 자료들을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제한적으로 인터넷 사용을 허가하고 외국 사이트 접속을 엄격하게 통제해온 북한이 과연 인터넷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실정은 그나마 평양과학기술대학 등 일부 대학에서 제한적으로 인터넷이 사용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과학기술적 지식은 단순히 한 방향으로 전달되기보다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다. 게다가 창의적인 연구결과는 자유로운 정보와 지식의 교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뛰어넘을 때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꾀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 북한 당국의 정책은 나름 진일보한 것이지만 정책의 본질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인터넷의 개방과 소통을 허용해야 한다.

최근 이란은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고 인트라넷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했던 북한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이제 북한은 인터넷 정책 변화를 계기로 불명예스러운 ‘북한스타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만간 북한 어린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뽀로로를 보고 대학생들이 ‘평양스타일’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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