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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위안부’로 국제압박 vs 日 ‘MB인기용’... 감정격화에 국익은 후퇴
한일 갈등이 연일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겉으로는 설전(說戰)이지만,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ㆍ외교적 방정식이 얽히고 설켜있다. 특히 양국 모두 정권말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사태의 복잡성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결국 한일 모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야 타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8.15 경축사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인권 문제”라고 강조함으로써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켰다. 국경분쟁 성격의 독도 문제 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일본에 대한 압박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 미국, 호주 등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인 위안부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대해 일본은 외교ㆍ경제적 반격과 함께 언론의 물타기 전략으로 한국 측의 공세를 퇴색시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는 주한 대사 소환으로, 일왕의 사과요구에는 일부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맞불을 놨다.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우리 측 8.15 경축사에는 한일 통와스와프(swap) 재검토로 반격했다. 금주내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방침이다.

동시에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이 측근 비리 등으로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에서 나아가, 일본 트라우마 극복,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한 불만 표출 등으로 이번 문제의 본질이 ‘일본’이 아닌 ‘한국의 정치상황’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산케이(産經) 신문은 15일 “이 대통령의 타케시마 상륙이나, 외교적으로 무례에 속하는 천황에의 사죄 요구까지 공언한 것은 임기 완료를 앞두고 애국·민족주의자로서의 훈장을 갖고 싶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에서 반일은 언제나 국민지지를 받는 이슈이며, 아울러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 대통령은 ‘친일파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를 털어내려한다는 분석까지 곁들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일 관계개선이 대북 강경노선을 지켜온 이 대통령을 자극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이날 외교 당국자의 말을 인용 “일본 정부가 4월부터 김정은 정권과 물밑 접촉을 모색한다는 정보로 청와대가 신경을 곤두세웠다”면서 “특히 8월 들어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반환과 성묘 문제로 일북 적십자 접촉이 정부간 대화로 발전하려는 움직임을 전해 들은 이 대통령 주변에서 ‘일본에 배신당했다’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독도 방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됐다 날씨 탓에 미뤄왔던 것으로 다른 의도를 가진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일본은 정부와 언론이 사실상 ‘한몸’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번 관련 보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을 자극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으며, 대한민국은 일본의 반발을 충분히 이겨낼 국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간 갈등이 정치적 반목과 국민감정 대결로 치달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극단적 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피해만 가져올 것이란 논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일 통화 스와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분명하다”면서 “제조업에서도 한일은 경쟁관계이자 공생관계인데, 자칫 이번 사태로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상호 모두에 미친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한국과 갈등이 계속되면 외교안보전략 상의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은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역할을 해주고, 대신 자위대의 정규군 전환 등 국제 외교안보 역량강화를 꾀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미국의 동북아 전력 핵심인 한국과 소원해지면 이같은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5일(현지시간) 발간한 ‘미·일 동맹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는 “한일은 전략적 도전과제인 북한의 호전성과 중국의 부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핵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길용ㆍ신대원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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