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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군사협정>"MB임기말 사고"... 한반도 정세 악화 우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가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쫓기듯 국무회의에서 편법으로 처리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29일 일본 각의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는 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한일 군사협정 추진 과정에서 보인 행보에서는 석연치 안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좀 더 정밀한 대책 마련하고 처리해야=우선 국민감정상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을 굳이 임기 말에 강행했어야 하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를 찾아 한일 군사협정과 관련,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정치권의 문제제기를 감안해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국무회의 즉석안건 상정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해가며 한일 군사협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는 현 정부가 이미 임기말에 접어든 상황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다음 정권에게 안정적인 외교안보 상황을 넘겨주는데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8일 “12월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현 정부가 허튼 짓을 저질렀다”며 “남북문제나 안보문제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한일 군사협정 졸속 추진은 임기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차기전투기(F-X) 사업을 강행한 실수의 반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핵보다 미국의 대중전략에 편승한 협정=한일 군사협정의 성격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정부는 한일 군사협정을 통해 양국 협력 기반을 조성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대처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익 차원에서 동북아 정세와 국제정세를 보다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교부는 한일 군사협정으로 인해 한미일 대 북중러간 대결구도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냉전식 사고방식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한달 전만해도 국민감정 등을 고려해 이 사안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던 정부의 태도가 지난 14일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 이후 돌변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압박에 떠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일 군사협정이 국무회의에서 처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신속하게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관계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상징적인 대목이다.

백 위원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각각인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포위전략 차원에서 한미일 3자 동맹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한일 군사협정은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는데 우리가 일조하는 것으로 미중대결로 가는 질서 재편단계에서 미국편에 서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효성도 미지수=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협정의 실효성도 쟁점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일본의 앞선 정보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군사협정은 양국간 신뢰도가 최고 수준일 때 가능한데 한일관계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나 독도문제를 둘러싼 영토분쟁 수준의 갈등까지 빚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외교부가 상정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안’을 처리한 과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 안건을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즉석안건으로 올려 처리했다. 국무회의 전 이 안건을 목록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회의가 끝난 뒤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즉석안건’이 아닌 ‘대외주의 안건’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했다거나 아예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거짓말까지 일삼았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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