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실패 책임이 아니다”

[헤럴드생생뉴스] 북한 중앙당 계획재정부장이었던 박남기가 화폐개혁 실패가 원인이 돼 총살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은 ‘입 바른 소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소식 전문 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는 5일 평양 내부에 정통한 통신원이 박남기의 죽음과 관련한 중요한 제보를 해왔다며 그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 사항에 ‘입바른 소리’를 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보도했다.

박남기는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시 10만세대 건설 계획과 관련 중앙당 계획재정부장의 입장에서 바른 소리를 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무렵 김 위원장은 “수령님께선 인민들의 식의주문제를 가장 걱정하셨기 때문에 100돌이 되는 2012년까지 식의주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령님에 대한 최고의 충성이고 효도이다” 라고 말하면서 평양시 10만세대 건설을 직접 제안했다. 그때부터 관련 기관들은 재정, 자재, 노력 등의 검토와 자재보장 준비과정을 거치고 1년 후인 2008년 8월 국가정책으로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0만세대 공표와 함께 김 위원장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몇 달간 비준시스템에 공백이 생기면서 건설 초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든 사안을 당조직부를 통해 김정일의 비준에 의존하던 권력기관들은 그렇잖아도 무슨 돈으로 10만세대를 짓겠냐며 의문을 갖던 중 당조직부에 올린 제의서들까지 비준이 내려오지 않자 평양시건설 분담금 지불을 연기하거나 아예 중단시켰다고 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다시 일어날 때까지 평양시 건설 곳곳은 침체상태였고, 건강을 회복한 김정일은 평양시 건설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과시하는 차원에서 뇌졸중 이후 첫 현지시찰 장소를 인민군대가 아닌 인민경제 분야로 정했다고 한다. 이후 최측근들과의 회의에서 “내가 평양시 10만세대 완공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 처음으로 자기 건강과 관련한 심중을 드러냈다는 것. 그때부터 북한의 모든 권력기관들은 평양시 건설 분담금을 앞다퉈 지불하게 됐는데 통신원은 김정일의 화폐개혁 의도도 평양시 10만세대 건설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김정일이 평양시 건설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박남기의 제안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의 돈을 회수하고 재정주도권을 쥐려했다는 것이다. 애당초 화폐개혁 목적 자체가 시장을 잡을 계획이어서 주민들의 원성과는 상관없이 정권은 일단 자축 분위기였다고 한다. 각 성의 장관급 이상 간부들과의 연회에서 화폐개혁의 주인공인 박남기가 김 위원장에게 돌출발언을 했다.

박남기는 “화폐개혁을 실시하고 나니 재정 건전성 관리를 앞으로도 정부가 계속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상황에선 재정 흐름이 초기 계획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불안도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평양시 10만세대 건설을 지금이라도 축소하는 것이 어떤가?”하는 것이었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순간 싸늘해졌고, 김정일은 “평양시 10만세대 건설은 우리 나라의 백년대계와 관련된 중요한 사업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계승성 문제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백년대계’를 강조한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말했던 ‘백년대계’란 곧 후계자를 위한 중대사안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된다. 그런데 박남기는 화폐개혁 이후의 상황을 설명하며 “89청년학생 축전 때에도 10만세대 건설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그때의 10만세대 건설과 또 다르다. 지금의 설계안 대로 한다면 재정출혈이 두 배가 더 넘는다.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박남기가 말한 부분은 매우 충격적인 발언이었고 일종의 영도자의 사업계획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간주됐다고 한다. 이는 새로운 평양의 모습이자 곧 김정은 정권의 출발로 부각시키려 했던 김 위원장의 의중과 달리 3대세습 정권이 고난의 행군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예언하는것과 같은 폭탄발언이어서 더 화를 키웠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박남기에게 “동요분자는 우리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고, 김 위원장이 연회장을 나가자 박남기는 경호원들의 손에 끌려나갔다는 것이다.

이렇듯 박남기는 화폐개혁과는 무관하게 아첨이 아니라 충심으로 김 위원장에게 충고를 한 것이 죄가 되어 반당 반혁명분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특히 출당해임조치나 수용소혁명화로 끝날 수 있는 일인데 굳이 공개적으로 처형까지 한데는 장성택의 권한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폐개혁 준비차원에서 박남기에게 국가재정관리 권한이 집중되면서 10만세대 건설을 책임진 장성택과 갈등이 많았다는 것. 또한 당조직부 검열을 제치고 아예 인민보안부가 박남기를 예심조사한 것도 장성택의 개입증거라며 실제 박남기 처형 이후 북한 간부들이 장성택을 많이 경계하게 됐다고 한다.

통신원에 따르면 지금 북한 간부들 중 그 때의 연회상황과 박남기의 돌출발언에 대해 알 사람은 다 아는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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