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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최홍재> 김영환, 그리고 중국의 선택
국가안전위해죄로 두달째 수감
체포에 북한 개입 개연성 높아
남북관계탓 中 중앙정부 고민
이성적 판단으로 석방 기대를


“우리는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아파하고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기 위해 일신의 안락을 초개와 같이 던졌습니다. 그것이 진심이었다면 지금 우리는 그보다 수백, 수천 배 더한 고통 속에 신음하는 북한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김영환 씨의 말이다. 그는 이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 길을 묵묵하게 갔다. 그리고 지금 그 대가로 중국 랴오닝(遼寧)성 국가안전청에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돼 63일째 수감돼 있다. 체포된 지 29일째 단 한 차례 영사를 접견했을 뿐 추가 접견, 변호사와 가족 접견 모두 거부되고 있다.

북한 인권운동을 함께 해온 필자를 비롯해 다른 관련자들도 김영환 씨가 중국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도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고, 우리도 굳이 그곳에서의 활동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확신하는 것은 그가 시종일관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지지했고, 중국의 입장을 깊이 이해했으며,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창해왔다는 점이다. 아마도 한국 내에서 가장 친(親)중국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가 중국의 국익에 위배되는 활동을 벌여 중국의 국가안전위해죄를 지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북한 보위부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배신하고, 오히려 수령 세습체제를 공공연히 비판할 뿐만 아니라, 북한 민주화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영환 씨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그들의 체제 생존 논리가 그렇다. 자신들을 배신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본명 이일남) 씨를 몰래 해쳤고, 황장엽 선생을 암살하기 위해 끊임없이 간첩을 남파했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배신자에 대한 제거는 존재를 위한 본능적 행위이기도 하다. 더구나 김영환 씨는 북한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고 사업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니 북한 당국이 가장 요시찰한 인물이었으리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중국의 김영환 씨 체포에 북한이 개입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조사지를 살펴보면 더욱 합리성을 획득한다. 김영환 씨와 한국인 3인은 중국 다롄(大連)에서 체포되어 단둥(丹東)으로 옮겨졌다. 다롄이라면 단둥보다 훨씬 큰 도시다. 깊이 있는 조사를 하려면 그냥 다롄에서 하든지, 랴오닝성 성도(省都)인 선양(瀋陽)으로 옮기든지, 아니면 수도인 베이징(北京)으로 데려가는 게 상식이다. 단둥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접해 있다. 이곳은 북한인들이 여권과 비자 없이 출입증만으로 오갈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마치 자국처럼 상주해 있다. 중국 측이 북한 보위부와 공동으로 조사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이곳으로 김영환 씨 일행을 데려올 이유가 없다.

이제 문제는 중국 중앙정부다. 한·중 관계, 북·중 관계 속에서 중국 중앙정부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이 자기 지방정부의 알량한 체면을 위해 북한 인권운동가에게 억울한 누명을 들씌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약 중국의 국가안전을 위해했다면, 김영환 씨를 자국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중국이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 중국 측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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