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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은 곧 김일성” 신조어 만들어 4년간 통치에 활용…18년 만에 아들 김정은도 되풀이
북한 유훈통치 역사는
북한에서 ‘유훈통치’라는 독특한 정치행위가 18년 만에 되풀이되고 있다. 사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훈 따르기는 국제사회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다. 한 국가의 최고권력자가 선대의 유훈에 따라 통치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근대 이전 오래된 기억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에선 최고권력자의 선대의 권위에 기댄 유훈통치가 전혀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한동안 아버지의 유훈을 통치에 활용했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8일 사망한 뒤 북한이 가장 먼저 취한 행동도 김정일을 중심으로 일심단결하고 그의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어 나가라고 했다는 김일성의 유훈을 공개한 것이었다. 북한은 이후에도 ‘김정일은 곧 김일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유포하는 등 유훈통치를 합리화했다. 김정일이 최고권력자 자리에 오른 뒤 내린 첫 정책 지시 역시 김일성이 사망 이틀 전인 7월 6일 하달했다는 ‘7ㆍ6 유훈교시’에 따라 나진ㆍ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개발 등 경제활성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북한이 김일성이 사망한 해 11월 중대 방송까지 예고하는 등 요란을 떤 끝에 공개한 청류다리 2단계 건설공사 착수는 김정일이 김일성의 유훈을 얼마나 떠받들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당시 중대 방송은 김정일의 최고지도자 공식 취임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허무하게도 건설공사 관련 내용이었는데, 이는 김정일이 정책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서 김일성의 유훈을 최우선시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김정일은 97년 10월 당 총비서에 오르고 이듬해인 98년 7월 국방위원장 권한을 강화하는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를 열 때까지 4년여 동안 철저하리만큼 김일성의 유훈통치를 따랐다.

특히 김정일은 74년 공식 후계자로 낙점받은 뒤 김일성과 사실상 20여년간 공동통치를 해왔음에도 유훈통치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후계자 수업이 2년도 채 안 되는 김정은은 유훈통치에 대한 의존이 기간이나 강도에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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