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 인권이사회(UNHRC) 회의장에서 우리 국회대표단이 북한 외교관과 충돌한 것을 두고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 격이라는 지적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탈북자 강제 북한 송환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국회대표단이 북한 대표부 외교관에게 신체적 접촉까지 시도한 것은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걸핏하면 회의장을 점거하고 최루탄까지 등장하는 등 폭력이 난무하는 여의도식 정치행태를 국제무대에까지 끌고 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네바 남북충돌은 15일 외교통상부 정례브리핑 때도 도마에 올랐다.
브리핑에서는 남북충돌에 대해 국제적 망신이며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며 외교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외교부 차원에서 유엔 유럽본부에 유감을 표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외교부는 “자세한 경위를 확인중”이라는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통합당 의원은 “북한은 인권문제로 한민족을 망신시켰고, 우리 국회의원들은 국제 회의장에서 국제예양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유엔 유럽본부도 남북충돌 직후 국회대표단이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며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 이란이나 시리아 핵문제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이번 남북충돌과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면 개최국인 우리나라도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엔 유럽본부의 입장은 이해 가능한 대목이다.
국회대표단의 행동이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국제외교무대에서는 그에 따르는 규범을 따랐어야 한다.
실제 남북 충돌 이후 우리 국회의원은 유엔 경비들에 제압·격리된 반면 북한 외교관들은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외교무대에서의 가장 큰 목표인 실리를 잃은 셈이다.
한편 탈북자 문제에서 그동안 철저하게 수세에 몰렸던 북한은 남북충돌 이후 공세적 자세로 전환했다.
북한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국제적 규범과 외교관례도 모르는 정치깡패들의 추태로서 세계 면전에서 개코망신”이라고 비판하는가하면 외무성은 내부적으로 금기어인 ‘탈북자’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남북충돌을 부각시켰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