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李대통령 비난

대규모 지원 받기 노림수

북한의 대남 비방이 위험 수위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한나라당은 ‘친미 역적 패당’으로 규정하고 연일 비방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 부임 이후 ‘유연한 대북정책’을 기대했으나 B형간염 백신 지원, 민간 학술교류 등 소소한 교류만 늘어났을 뿐 기대했던 실질적인 대규모 지원이 없자 보복성으로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 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망조가 든 한나라당’이라는 연재물에서 한나라당을 “외세에 아부하며 잔명을 부지하는 매국역신들, 전쟁화약내를 풍기는 대결광신자들, 여인들의 육체를 탐내는 호색광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또 지난 13일 ‘쥐귀에 경읽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명진 스님이 최근 출간한 ‘서이독경’을 인용, 이명박 대통령을 빗대 ‘리틀러’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BBK 주가조작 사건 의혹, 내곡동 사저 의혹 등을 열거한 다음 ‘부정부패왕초’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은 이명박 대통령이 ‘소설 김정일’을 쓴 탈북 작가 림일 씨에게 격려편지를 보낸 것과 관련, ‘역도의 추태’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북한이 이 대통령을 실명 비판한 것은 약 6개월 만이다.

북한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 부임 이후 천명한 유연화 정책에 대해서도 “여론을 식히기 위한 기만극”(구국전선), “대결적 흉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조선중앙통신)이라고 공격했다. 한ㆍ미 FTA에 대해서도 ‘미국의 경제침략과 약탈의 올가미’(노동신문·12월 3일), ‘현대판 을사오적의 추악한 망동’(노동신문·11월 27일)등으로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최근 행보에 대해 ▷협상 실패에 따른 보복용 ▷실리추구형 압박용으로 점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남북간의 물밑 접촉이 잘 안되는 방증으로 기싸움이 장외전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 고위당국자가 비밀리에 접촉했으나 북측이 수십만t 규모의 쌀을 요청해 불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 정부와 갈등을 확대시키는 것이 북한에 유리한 정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나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고 있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보급할 식량과 생필품을 남한으로부터 얻기 위한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