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공무원 채용 때 군필자에 대한 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군(軍) 가산점제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는 이날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에서 군 가산점제를 대신해 공무원 채용시험 때 군필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공무원 채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여성합격자 비율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본떠, 군 복무 중 취업 및 구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의무복무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2003년 도입된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어느 한 쪽 성의 합격자 비율이 30% 미만일 때 합격선 범위 내에서 해당 성의 응시자를 추가로 합격시키도록 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를 위한 헌신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병역의무이행자 지원위원회를 구성, 양성평등 목표제를 비롯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책마련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무원 채용목표제 도입 검토 소식만으로 이미 온라인에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과거 40여 년간 유지됐던 군 가산점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여성, 장애인, 군 미필자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가산 비율을 조정한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은 전역 군인이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 본인이 얻은 점수의 2.5%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또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사람의 비율이 전체 합격정원의 20%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그동안 구조적 차별을 당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날 채용목표제의 위헌요소를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현재 행안부에서 운영하는 균형인사지침은 여성, 장애인, 지방인재 등에 대한 그간 누적된 차별이나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할당제를 운영했던 것인데 군필자가 다른 소수집단처럼 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왔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군 가산점제와 관련한 논의 속에서 다양한 지원방안이 거론돼온 데 대한 해결의지는 없이 채용방식으로만 손쉽게 사안을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본인 점수를 더해주는 가산점제보다 일정 인원을 빼놓는 채용목표제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훈처 발(發) 논란이 확산하자 국방부와 행정안전부는 당황한 기색이다. 공무원 채용시험의 주관부처인 행안부 관계자는 “보훈처에서 얼마 전 관련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왔으며 아직 부처간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보훈처에서 별도로 추진한 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가산점 대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군 가산점제 재도입과 관련, “병역으로 인한 학업중단과 사회진출 지연, 경제활동 중지 등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배려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우 기자@dewkim2>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