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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한국형 블록버스터②] 성수기만 되면 쏟아지는 대작,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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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사자' '엑시트'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한국 영화 제작비 규모는 증가하고 있으며, 2013년 처음으로 1년 총 관객수 2억 명을 돌파한 뒤 6년째 이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영화 산업은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그만큼 회수해야 하는 비용이 커진다. 이에 대형 배급사들은 극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수기에 당사의 기대작들을 내놓는다. 이는 텐트폴 영화(각 제작사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화)라고 불리며 매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모두 성공하면 좋겠지만, 주요 배급사에서 하나씩만 내놔도 편수가 많다.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한정됐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하는 작품들이 꼭 등장한다. 제작비가 높아 손익분기점이 높은 탓에 그 피해는 뼈저리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각 배급사들이 많은 돈을 들이고, 대신 많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다. 성수기에 먼저 선점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해 1년 농사에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에 투자, 배급사들이 기존 대형 외에도 다른 배급사들이 많이 생기면서 숫자가 늘어났다. 어쩔 수 없는 거다. 자율 경쟁이니까 당연히 경쟁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몰림 현상을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안전한 선택들을 하게 된다. 실험적인 작품들은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성공 공식들을 그대로 따르면서 한국 영화를 외면하는 관객들도 늘고 있다. 늘 보던 배우, 쉬운 감정적 고양을 위한 신파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개봉을 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걱정들이다.

실제로 작년 추석에는 ‘안시성’ ‘명당’ ‘물괴’ ‘협상’이 동시에 개봉을 했지만, ‘안시성’만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겼다.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대결을 하면서 다 같이 무너진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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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안시성' 스틸



황진미 평론가는 “어떤 작품이 흥행한다는 일종의 공식이 알려진 셈이다. 큰 자본을 투입하면 일정 숫자의 사람들이 봐야한다. 그래서 실험적이거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제작, 배급사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관객 눈높이에 맞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관객들이 별로 새로울 게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안정성을 추구한 영화들이 오히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생각과 실제 관객들 사이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라고 안일함을 지적했다.

이처럼 고예산 영화들이 편중돼 제작되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 외에도, 이런 영화들의 실패가 한국 영화계 전체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저예산은 물론, 중간 규모의 영화들이 탄탄하게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황 평론가는 “300만, 500만이 손익 분기점인 영화도 나와야 하고, 다양해야 한다. 대규모 영화로만 승부를 보려는 방식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양극화만 심화되는 거다. 모 아니면 도라는 방식으로는 계속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심 대표 또한 산업의 허리가 되는 중간 규모급 영화에 대해 “돈을 많이 들이면 안전하게 갈 수밖에 없다. 허리를 담당하는 중간급 영화들이 수익을 내고, 그래서 산업에 영향을 끼치면서 다양성을 넓힐 수 있다. 그런 영화들의 성공이 환경 변화에도 일조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알라딘’과 ‘라이온 킹’ 등 디즈니 영화의 공세에 밀려 한국 영화들이 부진했다. 이전에 흥행하고 사랑받았던 애니메이션을 소환한 디즈니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적절한 변화와 변주가 있었다. 그만큼 대중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실천에 옮긴 것이 통한 것이다. “한국 영화가 여전히 외화에 밀려서 되겠나”라는 안타까움이 나왔지만, 관객들의 선택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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