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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기방도령’ 신선한 출발, 도달한 곳은 진부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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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출발은 신선했다. 조선시대에 남자 기생이 존재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꽤 흥미롭게 담겼다. 그러나 독특한 설정만 있었던 ‘기방도령’은 배우들의 활약이 선사하는 소소한 웃음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기방도령’은 불경기 조선,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 분)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사극이다.

열녀당에 등재된 열녀들이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강요 아닌 강요 아래 고통 받던 조선시대에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사람을 홀리는 남자 기생이 나타났다는 발상의 전환이 영화의 시작이다. 은장도를 품고 밤을 지새우던 열녀들이 유흥을 즐기기 위해 연풍각으로 향하는 이색적인 그림이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아버지도 누군지 모른 채 기생들의 틈에서 자란 허색은 출세 길이 막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장기를 살려 남자 기생이 되고, 여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유명세를 떨친다는 설정 자체가 조선시대 부조리를 제대로 비꼬는 장치가 된다.

반상의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몰락한 양반가의 딸 혜원(정소민 분)과 아버지도 누군지 모른 채 기생들의 틈에서 자란 허색(이준호 분)의 풋풋한 로맨스도 영화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이렇듯 영화는 부조리한 관념들이 지배하던 조선시대를 유쾌하게 풍자하겠다는 초반 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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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기방도령' 스틸



하지만 초반 열녀당 앞에서 부조리함을 비꼬던 혜원은 과거에 매년 낙방하는 오빠를 돕느라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전형적인 조선시대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가 몸종인 알순(고나희 분)을 진짜 가족처럼 여기는 부분에서 열린 사고방식이 묻어나기는 하지만, 초반 보여줬던 전복적인 모습은 중반 이후 완전히 상실된다.

혜원과 허색의 닿을 수 없는 애틋한 로맨스가 부각되면서 남자 기생이라는 설정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설정의 전환으로 부조리를 짚어내겠다는 초반 의도는 모두 사라지고, 두 사람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부각돼 영화의 의도 자체에 물음표를 남긴다.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겨우 영화를 지탱한다. 매력적인 눈웃음으로 타인을 무장해제 시키는 허색을 능청스럽게 연기한 이준호와 애매한 캐릭터 성격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은 정소민의 열연은 남았다. 능숙한 연기로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 최귀화, 예지원 콤비도 제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던 ‘기방도령’은 캐릭터들의 활약이 만든 소소한 웃음 말고는 어떠한 감동도, 의미도 남기지 못한다.

‘기방도령’은 10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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